얼마나 자고 일어난 걸까? 남편은 벌써 아이들과 시어머니랑 저녁을 손수 차려 먹고 선교훈련에 갔다. 성경에서 말하는 현모양처에 대해서 들을 때마다 나의 어릴 적 꿈인 현모양처가 되리라 던 나의 결심과는 달리 너무 살기 힘들어 한숨 쉬던 일이 기억난다. 결혼 후 아이들과 씨름하는 것이 힘들어 남편이 회사에서 오기만을 기다렸다가 그 이가 오면 곧 바로 아이들을 맡기고 혼자서 가볍게 슈퍼마켓이나 백화점을 쏴 다니곤 했었다. 그런 생활을 한 6년쯤 한 뒤에는, 남편이 내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할 때면 어떻게 골탕을 먹일까 고민하던 골치 아픈 아내가 바로 나였다.
첫 아이를 낳고 설거지를 도와주지 않는다고 화를 내자 새 설거지하는 기계를 사주던 남편. 난 그저 남편의 관심을 받고 싶어서 그랬는데 남편은 내가 상냥하게 부탁하지 아니하면 일부러 더 그 일을 사양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 남편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오직 결혼한 것만을 후회하고 눈물을 꽤나 흘렸다. 3일 밥하고 나면 4일은 밥이 하기 싫어 어쩔 줄 모르던 그 시절이었다. 그래도 밥하고 살림하는 것이 나의 일이라고 믿고 있었기에 입술을 퉁퉁부어 밥을 하곤 했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남편을 바꿀까? 하고 "건전한 가정", "행복한 부부생활" 세미나다 하면 목을 메고 참석하기 시작한 나였다. 세미나에 갔다 오면 어떻게 하면 나의 남편을 세미나에서 배운 "100점 짜리 남편"으로 만들까 고심을 무척이나 했었다. 그렇게 실망에 실망을 더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가정"에 대한 공부를 한 덕택인지 어느 날부터 나는 "이 세상에 내가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 밖에 없구나" 하는 진리를 터득하기 시작했다.
어느날 부터인가 남편이 불쌍해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채워지지 않는다고 불평만 하던 나의 가슴이 조금씩 수그러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남편에게 원하는 것이 회사에서 일찍 돌아와 아이들을 돌봐 주며 집안 살림을 도와주고, 설거지를 해주는 것인가? 나 자신에게 반문하기 시작했다. 또 하루는 남북통일과 세계 평화는 어떤 사람들이 걱정하고 애쓰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기적적인 일이었다. 그 깨달음이 온 순간부터 나의 잔소리는 줄어들기 시작했다.
남편이 원하는 것을 내가 원하는 것보다 먼저 생각하고, 모든 집안 일을 기쁨으로 하고, 남편이 알아주었으면 하는 것은 상냥하게 이야기하고... 오늘은 하루 종일 세 아이들과 늙은 시어머니하고 씨름하다 보니 녹초가 되어 쉬고 있었는데 남편은 나를 깨우지 않고 아이들과 시어머니랑 저녁을 손수 차려 먹고 아이들에게 조용히 할 것을 명령한 후 선교훈련에 참석하러 나갔다. 그런 남편이 이제는 무척이나 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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