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선우 변호사
부시대통령은 연두교서에서 이라크, 이란과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불렀다. 지축을 의미하는 axis란 단어는 2차 대전때 미·영·불·자유중국·소련 등 연합국들의 적국들이었던 독일, 이태리와 일본이 추축국이란 의미로 axis Power라고 불리웠던 역사가 있다.
그렇게 호칭된 당사국들의 발끈한 반응은 예상대로 라고 할 수 있지만 유럽에서도 악의 축이란 표현에 대한 비난이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유엔 무기 감시단을 내쫓고 생·화학 및 핵무기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이 사실이라면, 또 그가 쿠르드족을 포함한 이라크 사람들에게까지 독가스를 사용한 악독한 전력이 있고 보면 ‘악’이란 표현이 그다지 어색하지 않다. 김일성·김정일 체제도 많은 북한 사람들이 기근으로 굶어 죽는 지경에 이르면서도 핵무기와 장거리 탄도탄 개발에 엄청난 재원을 쏟아 부은 것에 대해서 또 1980년대의 랭군 폭발 사건과 KAL기 폭파사건을 주동한 정부라는 점에 있어서도 악이란 표현이 어울릴 수 있다. 코메히니의 회교혁명으로 이란 왕조가 전복된 이후 미대사관의 포위 등으로 미국과의 관계가 극도로 나빠진 상태가 9.11이후 테러에 대한 비난 성명으로 조금은 개선될 것으로 보이던 이란이 악의 축에 끼워진데 대해서는 의아심을 표명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의 이란 인접 지역의 군벌 지지로 중앙정부의 권한 행사가 그 지역에 미치지 못하게 하는 작태라든지 또 팔레스타인들에게 무기를 밀수출하다가 적발되었던 최근의 사건 등으로 그렇게 된 듯하다.
9.11 사변 같은 것이 재발되지 않도록 위험이 미국이 닥칠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는 게 부시와 미국정부의 입장이다. 구체적인 응징방법의 명시는 없지만 특히 이라크에 대해서는 군사행동을 통한 사담의 축출까지도 고려대상이 되고 있다. 북한이나 이란도 테러분자들과의 관계가 노정되거나 대량살륙무기들(WMD)의 개발을 추진해서 인접국가들과 미국의 이익에 위험이 되는 경우 미국은 좌시를 못하겠다는 것 그러니까 알아서 하라는 경고를 받은 셈이다.
WMD에 대해서는 핵무기를 개발했을 뿐 아니라 1945년 일본에 투하함으로써 핵시대를 연 미국이 어찌 위선적으로 남의 나라들의 내정에 간섭할 자격이 있는가 라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또 흉악무도한 일본 관동군의 비밀부대가 탄저균 등에 대한 중국사람들을 대량 생체실험해서 얻은 연구재료를 미군이 인계받았던 역사를 상기하면서 미국의 위선을 나무랄 수도 있을 법하다.
그리고 전쟁수행에 있어서의 미군의 무차별 폭격이나 총격으로 상당수의 민간인들을 사살한 한국전과 월남전의 예를 들어 미국이 악의 축 운운할 자격이 없다는 비난도 있을 수 있다. 사실 인간세계에는 ‘절대선’이라는 게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의 과거 역사와 현재에 모순이 많다는 것은 놀라운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2차 대전을 예로 들자면 피비린내 나는 전쟁의 발발자들은 독일, 이태리, 일본이었지 영미 동맹국은 아니었다는 점에서 차별화는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의 많은 모순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공산주의와 전체주의 아래서 시민들이 겪는 자유억압과 유린을 생각하면 민주주의가 더 나은 제도라는 게 인류의 대충 함의된 의견이라 할 수 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어두운 구석들이 있음에도 그래도 공산주의보다는 경제와 사회발전의 원동력으로 효과가 있음은 공산권의 붕괴가 증명해준다.
테러와 WMD가 미국민만 아니라 각 나라와 인류전체의 적이라는데 이론이 없다면 그것들을 분쇄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결론이 따른다. 그러나 그 과정에 있어서도 국제질서와 규범과 국제법의 테두리 안에서의 대응과 응징이어야 동맹국들과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게 될 것이다. 이라크, 이란과 북한이 동맹국들이 아니라는 점에서 보면 axis란 표현이 적합지 않지만 그들의 WMD 정책들이 주변국가들과 세계평화를 위협한다는 점에서는 부시의 탄핵대상이 될 수 밖에 없는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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