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철만 되면 중압감에 시달리다 자살하는 아이들이 생기는 나라.
입시정책이 해마다 바뀌어 학생, 부모, 선생들이 늘 헷갈림 속에 살아야 하는 나라, 수많은 유학생들이 박사를 안고 귀국해도 교육혁신이 안 되는 나라, 그런 가운데 죽고 살기로 경쟁을 하여 영예롭게 입학한 최고의 대학 서울 대학은 세계의 유수대학 대열에 끼여들지도 못하는 나라.
고삼이라는 단어는 아얘 체념의 세월로 대체된 나라, 그래서 입시지옥이라는 섬뜩한 말이 쉽게 오가는 나라, 그런 나라가 끔직해서 아이들을 데리고 미국으로 이민온 사람들이 어디 한 둘이던가?
미국은 그야말로 고삼까지는 아이들의 천국인 것처럼 보인다. 물론 여기도 대학진학을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들 준비하지만 고국의 살벌한 경쟁과는 비교도 안 된다. 대신 이곳은 대학을 가면 진짜 공부가 시작된다.
입시철만 되면 사찰로 교회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어머니들의 발길, 자식들의 실력에 관계없이 하느님이나 부처님께 기대고 싶어하는 절절한 모성애.
이런게 싫어서 외국으로 이민 왔으면 바꿔질 줄 알았으나 많은 분들은 아직도 과외 열병이 낫지를 않아 아직도 아이들을 달달 볶으며 하루가 스물네시간밖에 안됨을 아쉬워한다.
그것도 미술대학을 진학하고 싶은 아이를 미술학원으로 보내는 일이나 음악전공하고 싶은 아이를 레슨 보내는 일은 도움이 되겠으나 아이들을 팔방미인으로 만들려는지 있다는 과외는 몽땅 등록을 해놓고 아이들을 몰아댄다.
아이들에겐 싫던 좋던 선택권도 없다. 이게 다 너를 위한 일이니 잔소리말고 따르라고 윽박지른다. 아이들은 헷갈린다. 입시지옥에서 구해주었다고 입버릇처럼 되뇌면서도 강행군은 그칠줄을 모른다. 왜 같은 반에 있는 미국친구들은 이런 과거를 안해도 되는데 나만 이래야 되는가?
이런 생각을 하다 하루아침에 아이가 반기를 들면 수습책이 준비되기도 전에 아찔한 상황이 벌어질 수가 있다. 더 황당한 경우는 아이들만 조기 유학이라는 웃기는 이유를 대고 외국으로 보내는 것이다. 물론 조기 유학생들 중에는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상당수가 한국에서도 도저히 경쟁이 버거워 억지로 떠밀려 온 경우다.
제나라에서 힘들던 공부가 남의 나라말로 하면 더 쉬어질 수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현실은 전혀 거꾸로 되어 있다는 게 큰 불평이다. 그야말로 돈이나 들여다가 교민들 눈살 찌푸리는 짓들이나 하고 공부는 아얘 뒷전으로 밀어버린 그런 조기 유학생들을 주위에서 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이번에 UC가 SAT 테스트를 없앤다는 소식이다. 결정된 교육정책을 50년씩이나 유지하다 개선하려는 이들의 생각에 경의를 표하지도 않을 수가 없다. 대통령임기 한번에 너댓번씩 갈아대는 문교부장관이 갈릴 때마다 그 한사람 눈치를 전 국민이 쳐다봐야 하는 나라에서 온 우리에게는 너무나더 충격적인 일이다.
자 이제 SAT가 사라지면 우리 학부모들은 또 무슨 학원으로 아이들을 몰고 다닐 것인가? 아이들에겐 학교공부도 중요하지만 인성교육도 중요하다고 입으로만 떠들지 마시고 아이들과 따뜻한 대화를 나누어 보세요.
그리고 들으시라. 그들도 할말이 많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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