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외식
▶ 갯 내음 물씬 풍기는 ‘구운 홍합’
서부 대륙을 여행하다 보면 이곳저곳에서 본래 이 땅의 주인이었던 아메리칸 인디언들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다. 땅도 그들의 피부색을 닮아 붉은빛이 감도는 세도나, 갖가지 모양의 기암괴석들이 들어서 있는 모뉴먼트 밸리. 그들은 이 메마른 땅에서 옥수수 농사를 잘도 지었고, 햇빛에 말리고 맷돌에 갈아 꼭 우리네 밀전병 모양의 또띠야도 맛나게 구워 먹곤 했다.
남서부 지방에서 발전된 소박하고 단순한 사우스웨스턴 요리(Southwestern Cuisine)는 멕시코를 비롯한 남미 대륙 음식 문화의 뿌리가 돼 주었다. 라브레아 길의 소노라 카페 (Sonora Cafe)는 고급화, 세계화된 사우스웨스턴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갈 운명을 타고나서일까. 땅의 색깔이 기조를 이룬 소노라의 실내에 들어서는 순간, 대지에 안긴 것처럼 아늑함이 느껴지는 건. 적갈색 캔버스의 파라솔로 꾸민 실내의 패리오 부분은 마치 새도나의 조용한 호텔 식당에라도 와 있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인디언들이 물을 길어 나르는 데 쓰던 항아리 모양의 토기를 벽에 파묻어 놓은 것을 보고 있자니 가진 것 많지 않아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었던 그들의 부요한 영혼을 만나는 것 같다.
바다 소금으로 구운 홍합(Prince Edward Island Mussels)은 동네 포장 마차 아저씨가 단골이라고 큰 인심 써 특별히 연탄불에 구워 준 것처럼 바다 냄새가 폴폴 나는데 매운 향까지 더해져 입에 착착 들러붙는다. 세 가지 치즈 께사디야는 망고 크림과 파파야 살사를 곁들여 달짝지근한 것이 남국의 향기마저 느껴진다. 삼박자가 딱 맞으면 또띠야에 치즈 얹은 단순한 께사디야도 고급 요리가 될 수 있는 거구나 싶다.
그 흔한 포크 찹도 타말레, 망고 파파야 살사와 함께 내오니 색다르고 21일을 숙성시킨 고기를 장작불로 구운 뉴욕 스테이크는 감칠맛 난다. 칠레 산 바다농어는 함께 내오는 호박 퓨레가 훌륭하고, 겉만 살짝 익힌 참치는 와사비 향을 가미한 으깬 감자 맛이 더 좋다. 칠리와 옥수수 등 지역적 풍미가 가득한 소재를 이용해 맛도 담백하고 식욕을 자극하는 밝은 색조의 접시를 창조해 내는 주방장, 호세 도밍게스(Jose Dominguez)의 솜씨가 놀랍다.
40달러 미만의 캘리포니아 와인을 40종 이상 확보하고 있을 만큼 와인 리스트도 좋으며 8가지나 되는 마가리타도 마련하고 있다. 카피로타다(Capirotada)와 세 가지 미니 크림 브를레의 단맛이 녹아들 듯 달콤하다.
▲종류: 미국 남서부 지방과 멕시코 요리
▲오픈 시간: 월요일은 11시 반-9시, 화-목요일은 10시까지, 금·토요일은 11시까지. 일요일은 오후 5-9시까지 디너만 한다.
▲가격: 전채는 7-13달러, 런치 메인 디쉬는 13-18달러, 디너는 18-29달러.
▲주소: 180 S. La Brea Ave. Los Angeles, CA 90036 한인타운에서 3가를 타고 쭉 서쪽으로 가다가 라브레아 길을 만나 우회전해 가다 보면 오른쪽에 있다.
▲예약전화 (323) 857-1800
<박지윤 객원기자>jy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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