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 김필립(뉴욕한인수산인협회 봉사실장)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다. 미국인이 한인여성과 결혼, 한국국적을 취득해 남편 성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그는 한인들로부터 왕따를 당할 것임이 틀림없다.
이번 채널11의 ‘사람이 개를 문다’는 보도는 분명 이와같은 문화의 이질감에서 출발한 것이 틀림 없다. 물론 보도 내용이 선정적이고 다소 과장된 면이 있다 하더라도 미사회에서 개고기의 루머는 한인들 사이에 오래 전부터 회자되어 왔던 것만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가 흥분하고 한인사회가 온통 ‘개고기 파동’에 휩싸여 ‘내가 옳고 니가 그르다’는 이분법적 논리로 분열되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으니 한국 사람이라면 개고기에 있어서 음으로 양으로 자유로울 수 없는 모양이다.
개고기가 우리 선조들의 보신 음식이었다 보니 미국에 정착한 한인들로서도 개고기 문제가 민감한 사안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부이기는 하지만 개고기가 화두로 떠오를 때가 있는 것이다.
사실 미국에서 개고기 요리를 먹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단지 개과에 속하는 코요테를 먹어본 일부 사람들이 개고기를 먹었다고 떠벌리지는 않았는지.
금번 사건이 김씨농장 측에서 개고기를 판매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였다면 그래서 채널11에 빌미를 제공했다면 우리는 그것을 인정해야만 한다. 원래 언론의 속성이 특종 보도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이라면 그것이 왜곡이나 오보라 할지라도 아주 근거없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듯 그들에게 빌미를 제공해 준 근본 원인이 어디 있는가 우리는 곰곰히 생각할 필요가 있다. 개고기 문제가 미국인들의 시각에 언짢게 보인 것은 88올림픽 개최국으로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을 시기에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결국 이번 ‘개고기 파동’은 미국에 사는 한인들로서는 한 번 심각하게 짚고 넘어갈 일이었다.
벌써 수년 전부터 개고기를 판매하는 곳이 있다는 루머가 한인사회에 나돌았을 때에 한인회라든가 영사관에서 혹은 언론에서 진상을 파악하고 한인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었다면 이와같이 치욕적인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격언과 같이 이미 채널11의 후속 보도까지 나온 상태에서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인가. 이제 더 이상 ‘호미로 막을 일 석가래로 막지 말자’. 싸움만이 능사가 아니다. 극히 일부분의 한인들의 일을 채널11이 한인사회 전체가 그런 양 비화시켰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물론 억울하고 분통이 터지는 일이지만 그들도 보도를 설득력 있게 하기 위한 매체로 맨하탄 32가 한인타운과 한국 자료 화면을 도입한 것이 아닌가. 몇몇 사람의 선동으로 전체 한인사회가 과격한 양상을 띤다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우리가 정당하게 채널11에 요구할 것은 요구하여야 할 것이다. 미국에 사는 한인들은 한 사람도 한국에서와 같이 개를 도살해 개고기를 요리한 사실이 없음과 한인들도 미국인들 처럼 개를 사랑한다는 것을 그들에게 주지시켜야 할 것이다.
한편 이번 보도에 항의하기 위해 한인대책위가 구성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들의 면면을 보면 강경 일색인 인사들로 구성된 것을 부인할 수 없다. 하물며 전문성이 결여된 것은 자칫하면 한인사회에 화를 자초할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지금이라도 각계 전문인으로 구성된 대책위를 구성, 순리적으로 ‘개고기 파동’의 근본적인 원인에서부터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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