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唐)나라의 이백(李白)은 그의 시(詩)에 술을 예찬하는 많은 글을 남겼다. “온갖 묵은 시름을 다 던져버리고 앉은 자리에서 백 병이라도 술을 마신다(滌蕩千古愁 留連百壺酒)... “하늘과 당이 이미 술을 사랑하거늘 술을 좋아한다고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울 것이 있으랴(天地旣愛酒 愛酒不婚愧天)...” “석잔 술이면 큰 뜻을 깨달을 수 있고 한 말 술이면 자연을 얻을 수 있으리니(三杯通大道 一斗合自然)...” 이백은 이렇게 시를 읊으면서 술을 마셨다.
이 얼마나 멋있는 술의 예찬인가? 술은 이렇듯 멋을 즐길 수 있고 사람으로 하여금 시를 읊도록 무-드를 가져다 주는 고마운 음식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많은 우리 한국인들은 이 멋있고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이 값진 음식을 그 본래의 뜻을 거슬려 오히려 집안을 망치게 하고 자신의 일생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하는 독약으로 둔갑하도록 자초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술로 인해 즐거움은 커녕 망신을 자초하여 형사사건의 범인이 되어 재판정에 나오는 것을 보면 안타깝고 가슴 아프다. 부부싸움 끝에 가정폭행으로 이어지는 사건의 대부분이 술이 원인이고 음주운전이나 폭행사건 등과 더불어 한국인들이 저지르는 가장 많은 사건이 술과 인연을 가지고 있다.
한국인들은 술을 무척 좋아하는 편이고 또 많이 마시는 민족이다. 그런데 실상 술을 마시는 의미를 모르며 술을 마시는 본래의 뜻에 따라 즐길 줄을 모른다.
이곳에 살면서 세계의 온갖 곳에서 온 많은 다른 민족을 접촉해 봤지만 한국인처럼 술을 좋아하면서도 정작 왜 술을 마시는지 그 정석인 주법(酒法)을 모르는 민족도 없다. 말하자면 한국인들은 술을 많이 마시긴 하지만 정작 술을 마실 줄 모른다고 해야 옳을 것 같다.
마시는 스타일도 다른 어느 민족도 흉내낼 수 없는 별난 습성을 가지고 있다. 한번 시작했다 하면 끝장을 봐야하고 시작하면 다음 잔을 기다리지 못하고 당장 술이 곤드래로 취해야 성이 차므로 폭탄주라는 주법을 만든 민족이다.
우선 술을 마시는 이유부터 다르다. 술을 마셔서 즐기는 것이 목적이어야 하는데 많이 마시는 것이 목표가 되어 있는 듯 싶을 정도로 그야말로 죽기 아니면 살기로 마셔댄다. 그러다 보니 사람이 술을 마시다가 나중에는 술이 사람을 마신다고 하는 말처럼 결국에는 정신을 잃게 되고 몸을 가누지 못하다가 마음에 없던 일을 저지르게 된다.
술을 마시는 것은 이로 하여금 즐기기 위해서 마시는 것이다. 시인 이백의 시를 음미해 보자. 이 시인은 필경 그 술 한잔 한잔을 시(詩)의 경지에 이르는 즐거움을 만끽하며 마신 듯 했다. 그 시를 읽어 보노라면 설사 그 표현이 백병의 술을 마신다는 대목이 있지만 우리 식으로 술에 멱을 감을 정도로 폭음을 한다는 뜻이 아니라 그 즐김이 백병을 마시도록 놓기 안타깝다는 표현일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술을 마시면서도 이를 즐기려고 마시는 것이 아니고 술을 그 양(量)으로 죽이려고 한다. 많이 마셔 없애는 것이 목적인양 그야말로 “술을 죽이고 있다”.
얼마 전 한국의 TV 뉴스에서 서울의 강남 어느 술 동네의 밤 장면을 보여준 적이 있다. 밤 자정이 다 된 시각인데 택시를 잡으려고 마치 전쟁이라도 치는 듯한 아수라장에 똑바른 걸음을 걷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고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비틀거리며 쏟아져 나오는 골목길의 인파 - 이런 장면은 세계 어느 나라에 가도 찾아볼 수 없는 연극이나 영화에서나 가능한 장면이다.
우리 모두 이제 즐기며 술을 마시는 법을 다시 배워야 할 것 같다. 죽기 아니면 살기로 마시는 것이 술이 아니다. 술이 취했다는 것은 술 기운으로 기분이 좋아졌다는 뜻이지 우리 한국인이 취했다고 말하는 기준은 취한 것이 아니라 이미 그 도가 지나서 미쳐버린 것이다. 곤드래가 되기 위해 마시는 것이 아니고 한 모금 한 모금 이백이 시를 읊듯이 그 한잔 한 잔에 음미를 하며 마셔보자. 이렇게 되자면 내 정신이 맑지 않고는 그 맛을 즐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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