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들의 개고기 문화가 채널 11의 사회적 고발기사로 방영된 후 한인사회가 ‘보도가 왜곡됐다’ ‘우리의 잘못된 문화를 시정해야 된다’ 는 쪽으로 의견이 양분되고 있다. 과거에는 이 문제가 하나의 동물애호단체에서만 취급되던 것이 이제는 미국 주요 언론인 채널 11과 뉴욕뉴스데이에서 까지 노골적으로 다뤄지기 시작, 한인들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개고기 문제는 건강국과 농무성, 법무성 등 정부차원에서까지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있다고 보여진다. 방송에서 지적한대로 ‘한국인이 개를 팔았다’ ‘코요테를 팔았다’가 아니라 우리의 근본 문제가 어디에 있는 가와 이번 사건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가 중요한 문제이다. 조사중에 있는 이번 김씨농장 사건은 한민족의 음식 문화와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들의 개고기 문화에 대한 하나의 판가름일 뿐 아니라 이 것이 미국법에 어떻게 저촉되는가 하는 점이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게 될 것이다.
이런 시점에서 우리가 무작정 ‘개고기가 우리의 고유 음식문화인데 누가 이를 간섭하는가’ 라고 강변만 하고 있을 일인가. 이제는 이런 차원을 넘어 개고기가 이 나라의 법적 문제로 까지 비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연방정부와 야생동물단체에는 동물보호법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한 때 중국인의 한약제와 관련, 캐나다나 알래스카 등지에서 녹용이나 곰을 살상해 비밀리에 반입되는 것을 금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법에 이번 사건이 저촉되느냐 여부는 별문제가 아니라 하더라도 문제는 개의 도살과정이 이들에게 너무나 잔혹하게 비쳐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개고기는 피를 급히 정지시켜야만 고기가 쫄깃쫄깃하고 맛있다 하여 몽둥이로 때려 죽여 만든다는 점에서 이들의 거부감을 사고 있는 것이다. 이런 미국인들에게 우리가 아무리 항의하고 설명을 한다해도 그들의 이해를 구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한인들의 개고기 식용은 지난 88올림픽 당시에도 거론이 되면서 그 파급효과가 이 곳에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로 문제가 심각했다.
그 이후에도 주민들의 신고로 개고기를 좋아하는 한 한인이 개를 잡다 걸려 수난을 겪은 일이 있었으며 뉴저지에서도 주민들이 기르는 개가 없어진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조사에 나선 결과 실제로 개를 잡아먹은 사실이 드러나 크게 파문이 일었었다. 개를 가족이나 다름없이 생각하는 이들의 정서에 아무리 먹는 개가 따로 있다 설명해봐야 그들이 곧이 들을 리 만무하다.
미국인들이 개에 대해 갖는 견해는 우리의 생각으로는 거의 병적(?)일 정도이다. 개를 위한 음식이 사람들이 먹는 수퍼마켓에 버젓이 같이 취급되고 개들만 따로 묵는 호텔이 있는가 하면 개들이 죽으면 안치되는 공동묘지까지 마련돼 있을 정도니 이들의 개에 대한 사랑이 어느 정도인가는 새삼스레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이런 사회에서 우리가 개고기 좀 안 먹으면 어떻다고 구태여 ‘개고기’ ‘개고기’ 하다가 이 꼴을 당하는지 모르겠다. 개고기가 이조 오 백년 역사와 백년이 넘는 현대사 속에서 우리의 전통문화로 맥을 유지해온 건 사실이나 가족전체가 즐기는 식탁에 당당히 오르는 고기는 아니지 않는가.
아무리 고유의 음식이라 할지라도 일부 지역과 극소수의 애호인을 위한 것일 뿐이지 보편적인 것은 아니다. 중국에서도 한 때는 개고기를 먹기는 했지만 개가 인간에게 너무 충복한다는 점을 보고 어느 왕이 법적으로 식용을 금지하면서 일부 산간지역에서만 먹는 정도라고 한다. 88올림픽 후 개고기가 한국에서 법제화하자는 안도 있었으나 너무 균이 많고 도살과정이 공공적이지 않아 비위생적이라는 점 때문에 정부차원에서 관여, 식용을 공식화시키자는 안도 있었는데 채택은 되지 않았다.
어쨌든 유럽도 그렇고 동양의 많은 나라도 마찬가지이고 미국은 말할 것도 없이 개가 가족의 일원으로 취급되는 이 나라에 우리가 살면서 구태여 우리 고유문화라 들먹이며 먹기를 고집해야 할 필요가 있겠는가. 결국 이 문제는 우리 스스로가 긁으면 긁을수록 부스럼만 생기게 하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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