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7년 이상한 스웨덴 영화가 나왔다. 제목은 ‘제7의 봉인’. 중세 십자군 기사가 저승사자와 내기 장기를 둬 24시간 삶을 연장받는다는 내용이었다. 신과 죽음, 구원의 문제를 진지하게 다룬 이 영화로 인해 “영화는 형이상학적 문제를 다룰 수 없다”고 비아냥거리던 당시 지식인들은 꼬리를 내려야 했다. 그리고 이 영화의 감독 잉마르 베리만(83)은 ‘영화철학자’라는 명예를 얻었다.
‘마법의등’(원제 ‘LaternaMagica’ㆍ환등기)은 스웨덴의 세계적인 영화감독 잉마르 베리만이 1994년에 쓴 자서전이다. ‘제7의 봉인’을 어렵사리 보았거나, 1984년 아카데미상 4개를 휩쓴 그의 은퇴작 ‘화니와 알렉산더’를 기억하는 영화 팬이라면 귀가 솔깃할 책이다. 목사 집안에서 태어나 스톡홀름 왕립극장 대표를 거쳐 영화감독에 이르기까지 화려해 보이는 그의 삶의 편린들이 솔직하게 실렸다.
그러나 책은 찬 기운이 들정도로 냉소적인 회고록으로 읽힌다. 아내(잉그리드 폰 로센)와의 불길한 미래를 염려하는 대목. ‘언젠가는 폭풍이 불어 우리를 갈라놓을 것이다. 우리를 농가의 커다란 나무로 변신시켜 줄 친절한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별의 순간은 상상할수가 없다.’ 이밖에 암 선고를 받고도 자신의 영화 ‘가을 소나타’(1978)에서 열연한 잉그리드 버그만 등 영화인생에서 만난 여러 인물들의 삶도 엿볼 수 있다. 셰익스피어, 체호프 등의 삶에 매료돼 ‘꿈의 연극’ 등 100여 편의 연극을 연출하게 된 사연도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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