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공간은 완연히 다르고 멀다. 그리고 세상은 너무나 변하였다. 1945년 51개국이던 UN 회원국이 2001년 현재는 189국이나 되니 엄청나게 세상이 달라졌다. 그런데 56년이 지난 오늘날 거의 변화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카메라에 녹화된 수십 년 전의 풍경이 오늘날 TV 화면을 통하여 반복될 때마다 그 옛날을 회고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는 사실이다. 눈부신 과학기술의 발전에 새삼 감탄하며 그 옛날 풍경이 담긴 화면을 볼 때마다 그 당시 일을 생생하게 추억하게 된다.
1945년 8월15일 우리의 해방과 2001년 11월14일 카불 해방은 정말 똑같은 흥분과 감정을 나에게 전달해 준다. 소스라치게 놀랄 지경으로 비슷한 점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연세가 있는 분들은 동감할 것으로 믿는다. 당시 21세의 젊은 대학생이었던 나는 해방의 기쁨에 태극기를 들고 거리로 뛰쳐 나왔던 수많은 군중의 하나였다. 역사의 목격자라고 말할 수 있겠다.
카불에서 금지되었던 음악이 흘러나오듯 서울에서는 애국가가 흘러 나왔다. 감추었던 태극기가 거리에 휘날리듯 아프가니스탄 국기가 등장한다. 머리와 수염을 깎고 여자들은 베일을 벗고 심지어는 청바지를 입고 나서듯 우리는 거리낌없이 한복을 입고 시위했었다. 금지되었던 우리말과 쓰지 말라는 우리의 성(姓)을 되찾듯 이들도 자기들 본연의 정체성을 찾는 듯 보였다. 카불의 시민들이 기쁨에 못이겨 울고 웃듯이 서울의 우리도 부둥켜 안고 울고 그랬었다. 이 모두가 다 자유와 해방의 표시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토록 오랫동안 일본인 아래서 억눌려 살며 고생에 지친 우리가 돌연히 이루어진 해방과 자유의 기쁨을 안고 거리로 나와 만세를 부르며 기세를 자랑하듯 카불의 시민들도 억압적인 탈레반의 멍에로부터 벗어나 별안간 얻은 자유와 해방을 차지하며 어찌할 줄 몰라 춤추는 것을 보며 새삼스레 해방을 맞던 그 날을 느낄 수 있었다.
무시만 당하고 움츠렸던 울분이 터져 일본인과 친일(親日)했던 사람들에게 발길질하고 때리던 그 때의 장면이 오늘도 꼭 같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니 어느 정도의 보복은 언제나 당연히 있게 마련이다. 도도하고 당당하던 일본군의 모습은 간 곳 없고 초라한 패잔병의 모습으로 탈바꿈하듯 탈레반 역시 쫓기는 처량한 신세로 텔레비전 화면에 비친다.
생각해보면 우리 한국의 해방이 미국의 힘으로 이루어졌듯 아프가니스탄의 해방 또한 미국의 막강한 힘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 역시 너무나 비슷한 정세가 아니겠는가? 1945년 8월15일의 서울과 2001년11월14일의 카불은 너무나 비슷한 점이 많다. 생각할수록 그렇다. 역사는 끊임없이 반복한다는 말이 실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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