갸름한 얼굴에 살금살금 웃음을 띠는 눈매와 얇은 콧날, 부피 없는 입술이 팔랑거리는 나비의 날개처럼 사뿐 마음에 내려 앉는 이가 홍수현이다.

가늘고 여린 선이 여성스럽고 애교 또한 넘치지만 그녀는 깍쟁이 같은 새침함으로 그것들을 묶어놓았다. 그래서 마냥 착하거나 청순한 여자가 아니라 성깔이 있고 때로는 표독해질 수도 있는 여지가 있다.

<맛있는 청혼>에서 푼수노릇을 능청스럽게 잘 해내었던 그녀가 이 드라마에서는 180도 분위기를 바꿔 불우한 처녀의 반항심을 어둡게 그려낸다. 신인임에도 코믹연기와 비극연기 양쪽을 다 웬만큼 소화해 내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첩의 딸이라는 신분에서 나오는 열등감과 비틀린 마음을 앙칼지고 예민하게 드러낸다. 미혼모로 나오는 김민선의 분위기와는 대조적이어서 그녀는 마치 화난 새끼 고양이 같다.

홍수현은 아무래도 평범한 역에는 어울리지 않는 연기자라 할 수 있다. 그것이 밝은 역이건 어두운 역이건 성격과 외모를 그때마다 잘 일치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푼수 역일 땐 경박하고 허영기 있는 여자로 보이더니 요즘은 그늘이 짙게 깔린 불량소녀처럼 보인다.

단, 그 성격들은 여자의 범주를 넘지 않는다. 그녀의 어디에도 중성적인 요소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정말 심각하고 무게 있는 캐릭터보다는 조금은 가볍고 여성적인 매력이 있는 역이 더 어울린다.

언니보다는 막내, 지성보다는 감성이 앞서는 여자가 그녀의 역이다. 당연히 콩쥐보다는 팥쥐가 그녀에게 맞는 캐릭터다.

새침하게 눈꼬리를 치켜 뜨거나 당돌한 표정을 지을 때의 그녀가 훨씬 기억에 남는다. 밍밍하게 보이는 착한 연기보다는 위악적인 연기가 생동감이 있는 법이다. 홍수현은 그래서인지 늘 생기있고 발랄해 보인다. 지금의 귀여움에서 조금더 성숙해 진다면 스칼렛 오하라처럼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줄 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