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TV에서 요즘 세상이 얼마나 바뀌었는가를 특집프로로 엮었는데 그중에는 스튜어디스들이 태권도를 배우는 장면도 있었다. 미스 유니버스 장기자랑을 연상케 했다. 뉴욕 월드 트레이드센터 테러 범인들이 여객기 납치때 인정사정 없이 스튜어디스들을 칼로 찔렀다하여 여승무원들도 저항하는데까지 저항해보자는 자세로 나가는 모양이다.
조종사 근무규정도 바뀌었다. 전에는 여객기 납치 테러범들이 승객이나 여승무원을 인질로 잡고 조종실 문을 열라고 외치면 열어주는 것이 조종사의 의무였었다. 납치범이 하라는대로 순순히 따라 승객들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 여객기 운영의 지침으로 되어 있었다.
지금은 달라졌다. 조종사는 무슨 일이 있어도 조종실 문을 열어주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테러범들이 승객을 죽이거나 스튜어디스를 칼로 찌르는 한이 있어도 조종사는 테러범들의 협박에 굴복하면 안된다. 이 경우에는 가장 가까운 비행장에 무조건 비상착륙 하는 것만이 그의 임무다.
고층건물에 근무하는 회사원들을 위한 낙하산이 인기리에 판매되는 장면도 있었다. 낙하산 사용법을 정식으로 배우지 않은 사람도 사무실 책상에 로프만 매어 놓고 뛰어 내리면 저절로 펴지는 낙하산이었다. 한개에 600달러라나. 그럴듯해 보였다.
사실 고층건물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화재의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 제조회사에서 낙하산 가격을 600달러, 1,000달러, 1,500달러로 차등을 두어 판매한다면 어떻게 될까. 생명에 관계된 것이니 가격이 문제가 아니다. 1,500달러짜리에 손이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이렇게 되면 사실상 낙하산 한개의 값이 1,500달러 되는 셈이다.
미국의 위기는 대개 10년에 한번씩 닥치는 것 같다. 1930년대에는 경제대공황, 40년대에는 제2차 세계대전, 50년대에는 한국전쟁, 60년대에는 월남전, 70년대에는 오일파동, 80년대초에는 극심한 불경기, 90년대에는 부동산파동과 LA폭동, 그리고 2001년에는 뉴욕 월드 트레이드센터와 탄저균 테러다.
경제가 좀 풀린다 싶으면 무슨 일이 터져 분위기가 얼어 붙는다. 마치 크레딧카드 빚 다 갚고 숨 돌릴만하면 지붕에서 물새고, 지붕 갈고 이젠 돈 들일 없겠지 하면 터마이트가 어쩌고 저쩌고 해서 또 돈이 깨지는 집안사정이나 비슷하다.
위기 때마다 미래의 그림이 안보이고 암흑처럼 캄캄 했지만 지내고 보면 용하게도 잘 극복했다는 생각이 든다. 오일파동때 갤런당 35센트 하던 휘발유 값이 1달러로 뛰고 주유소마다 몇 블럭씩 차가 늘어서 있을 때는 마치 미국 자본주의의 종말처럼 느껴졌었다.
갤런당 곧 2달러가 될 것이라고 신문과 TV에서 떠들어대니 서민들의 눈이 캄캄해질 수 밖에. 당시에는 당장 숨이 넘어가는 것처럼 불안했지만 그후 개솔린 문제는 이럭저럭 해결되었다. 얼마전 갤런당 2달러를 넘은 적도 있지만 이젠 모두가 적응하고 있다. 테러문제도 그렇게 해결되리라고 믿는다. 테러가 없어질리는 없고 앞으로 미국생활에서 테러는 당연한 장면으로 끼어들 것이다.
9.11 사태후 서울에 가보니 미국에 이민오겠다는 소리가 잠잠해졌다. 유학생 붐도 식어져 있었다. 정말 사람마음 간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미국이민 오겠다고 발버둥 치던 사람들이 뉴욕참사를 TV에서 지켜본 후 “미국 가서 사는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니네” 소리를 하고 있었다.
위기가 지나면 가치관도 달라지게 되어 있다.
요즘 미국 대학졸업자들이 월스트릿에 진출하는 것을 기피한다고 뉴스 위크지가 보도하고 있다. 이번 테러 위기가 어떤 가치관의 변화를 가져 올까. 물질 만능주의에서 벗어나 신앙을 가지려는 가치관의 대변화가 일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전도사업의 황금어장 시대가 열릴 가능성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위기란 삶에 대한 위협이고 삶이 위협 받으면 인간은 신앙을 찾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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