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시 대통령의 표정이 많이 달라졌다고 어느 미국신문이 보도했다. 잘 웃지도 않고 농담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말수가 적어지고 심각한 얼굴이라는 것이 이 신문의 결론이다. 국민들한테는 쇼핑도 하고, 여행도 하라고 하면서 자기는 그렇게 걱정에 찬 표정을 짓고 있으면 국민도 심각해질 수 밖에 없다.
어려울 때 일수록 지도자는 표정관리를 잘 해야 한다. 아버지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면 아이들도 웃음을 잃는 법이다. 게다가 자녀들이 이번 주말 어디 놀러가자고 말했을 때 아버지가 지금이 어느 때인데 그런 소리를 하느냐고 언성이라도 높히는 날에는 집안이 온통 우울해진다. 아버지의 표정이 집안의 분위기를 좌우할 정도로 영향력을 갖는 것은 가족들의 행복과 불행이 그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리더가 “솔직해야 된다”는 생각에서 들어닥친 어려움을 있는 그대로 다털어 놓는 것은 생각해 볼 일이다. 더우기 그것이 가정이 아니라 회사일 경우 사원들의 사기를 극도로 저하해 영업능력에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
엊그제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의 굿 윈 회장이 전격사임했다. 말이 사임이지 내용적으로는 파면을 당한 인사다. 그는 전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상황이 호전되지 않으면 내년에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는데 이것이 그만 말썽을 빚었다. 유나이티드항공의 모기업인 UAL의 주가가 폭락하고 거래선에서 당황하는 소동을 빚은 것이다.
더욱 분발해야 된다는 뜻에서 한 말인데 너무 심각한 표현을 했기 때문에 부작용이 일어난 셈이다. 카터 대통령이 왜 재선거에서 낙선했는가. 당시의 오일파동을 너무 심각하게 표현해 미국경제가 파탄에 이른 것 같은 인상을 국민에게 심어 주었다. 어허, 이거 안되겠네, 리더를 좀 강한 사람으로 바꿔야겠네. 그래서 레이건을 선택한 것이다. 레이건이 인기가 있어 대통령이 된 것이 아니라 카터의 연이은 실수 때문에 된 것이다.
주변에서 땅이 꺼져라고 한숨을 몰아쉬는 비즈니스맨들을 더러 본다. 만나는 사람들에게마다 그런 취약함을 보이면 그 소문이 은행에 흘러 들어가 요주의 감시업체로 등장하게 된다. 또 사원들 앞에서 사장이 “우리 회사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우울해하면 사원들은 일할 생각은 않고 다른 직장을 찾아야 겠다는 마음을 먹게 된다. 그런 상태에서 비즈니스가 잘 될 리가 없다. 갈아 앉는 타이태닉호에서 누가 엔진수리를 하려 들 것인가.
요즘같은 때는 월급쟁이가 최고 행복한 사람이라는 소리도 들려온다. 걱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기 목을 만지면서 그런 소리를 할 일이다. 비즈니스가 안되면 감원선풍이 일어나고 이렇게 되면 월급쟁이 목숨이 파리목숨일 수도 있게 된다. 공무원이 제일 편한데 요즘 우체국 직원을 보면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어떤 상황에서도 전화위복(轉禍爲福)은 가능하다. 위기는 인간의 잃었던 시력을 되돌려 준다. 회사가 어려운데도 리더가 의연한 태도를 보이면 사원들이 단결하게 된다. 불평도 없어지고 융화도 잘되기 마련이다. 위기가 꼭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위기는 국가나 개인에게 면역성을 길러주는 법이다.
철학이란 무엇인가. 어떤 것이 현명한 삶인가를 생각하는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삶의 철학이다. 산에서 길을 잃었을 때 가장 필요한 것은 나침반이다. 철학은 삶에 있어서 나침반이다.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나가야 할 것이냐. 어떤 자세로 이 위기를 극복할 것이냐. 이것이 빈 라덴이 우리에게 깨우쳐 준 전화위복의 선물이다.
서머타임마저 해제되어 어둠이 빨리 찾아오는 이때에 우리의 생각마저 어둠속을 헤매면 그것은 테러리스트가 노리는 함정에 빠지는 결과가 된다. 걸프전쟁때 방독면을 휴대하고 음악회에 참석하던 이스라엘 국민들의 의젓함을 상기하자. 상황을 리드하느냐, 리드 당하느냐. 이것이 문제라고 본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