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망, 실종 기막힌 사연들
▶ 가족들 ‘실낱 희망’ 뜬눈
"1층까지는 도착했는데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 나갈 수가 없어요…"
세계무역센터 86층의 메트라이프에서 근무 중 첫 폭격을 받고 대피한 박계형씨(29·여)가 계단을 통해 가까스로 1층에 도착, 셀폰을 통해 아버지 박영규(58)씨에게 남기 외마디 소리다.
시간이 흐를수록 테러 참사로 소식이 끊긴 한인들의 아타까운 사연들이 잇따르고 있다.
박계형씨는 1남1녀중 장녀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중풍으로 고생하는 어머니 정혜(57)를 극진히 보살펴와 주위에서도 칭송이 자자했다. 박씨는 다니던 퀸스장로교회 교회의 김동서 목사는 "박씨의 봉사에 앞장서던 모습이 선하다"며 말문을 잇지 못했다. 이 교회 청년부원 25명이 모두 휴가를 내고 아비규환의 현장에서 이날도 박씨를 찾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104층에 있는 영국계 회사 에스피드에서 근무하던 강준구씨도 사고 3일이 지나도록 소재가 파악되지 않아 가족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3세 및 5세된 두 아이의 아버지인 강씨의 가족들은 "분명히 살아있을 것"이라는 실낱희망을 안고 강씨의 사진 한 장만을 들고 생사확인을 위해 모든 병원과 시청을 3일 밤낮을 돌아다녔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우리 아빠를 찾아달라는 가족들의 절규가 주위를 울리고 있다. 강씨와 같은 층에서 일했던 리처드 이씨도 전화를 통해 "지금 안으로 심한 연기가 들어오고 있다"는 말을 남긴 채 행방불명 됐다며 가족들이 신고해왔다.
뉴욕한인회에도 잃어버린 가족의 소식을 듣기 위한 실종가족들의 사연이 쇄도하고 있다.
뉴욕한인회의 정재용 사무국장은 "가족을 찾으려는 안타까운 사연들을 접할 때마다 가슴이 메인다"면서 "실종 신고된 모든 사람들이 건강한 모습으로 가족들과 재회하기를 모두가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같은 재난 속에서도 한인들이 보여주고 있는 따스한 인류애는 한인사회는 물론 주류사회에도 큰 감동을 심어주고 있다.
세계무역센터 94층에 위치한 세계굴지의 증권회사 모건 스탠리에서 근무하던 오세종씨(26)는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한 뒤 귀가하지 않고 3일째 현장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활달한 성격의 오씨는 "빌딩을 빠져 나왔을 때 아비규환이 된 주변을 보고 현장에 남아 구조작업 등을 돕기로 결심했다"며 "할일이 너무 많아 쉴 시간조차 없다"고 말했다.
미해병대 출신으로 81층에 있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에서 일해 온 조신희씨는 테러의 충격으로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을 안정시킨 뒤 계단으로 안내했으며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을 직접 업어 나르는 등 수많은 생명을 구하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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