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ㆍ다리를 잃은 장애인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어요." 큰 키에 쭉 뻗은 다리를 자랑하듯 빨간색 투피스를 곱게 차려 입은 김진희(34)씨는 누가 보아도 장애인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걸음걸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그런 그녀가 의족을 착용한 절단장애인이라는 사실이 쉽게 믿기지 않는다.
5년 전 결혼을 한달 앞두고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은 김진희씨는 장애인 재활전문사이트(www.uk-ortho.co.kr)를 운영하는 장애인 전문 카운셀러다. 사고를 당하고 좌절에 빠진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사이트를 만들어 상담을 해주고 있다. 장애등록 절차에서 최신 장애계 동향까지 꼼꼼하게 정보를 수집해 알려준다.
김씨는 그 중에서도 특별히 의ㆍ수족 등 보조의구 관련 정보에 관심이 많다. 사고를 당했을 당시 보다 오히려 무겁고 투박한 의족을 신게 됐을 때 더 많이 울었던 아픈 기억 때문이다.
"다리를 잃었다고 예쁘게 보이고 싶은 마음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잖아요. 선진국의 의ㆍ수족 정보를 수소문한 끝에 비록 많은 비용을 들였지만, 실제 다리와 같은 의족을 제작해 신게 됐을 때의 기쁨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었어요."
김씨는 좋은 의족을 맞출 수 있도록 영국까지 보내준 가족들이 무척 고맙다. 하지만 마네킹 다리같은 투박한 의족도 마음껏 구하지 못하는 많은 절단장애인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하루빨리 국내의 의ㆍ수족 제작 기술이 발달, 절단장애인들이 부담 없이 양질의 보조의구를 착용할 수 있게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씨는 이를 위해 최근 사이트를 통해 만난 이들과 함께 의ㆍ수족 연구를 하러 외국으로 유학을 가는 학생을 지원하는 장학회를 결성키로 했다. 쓰지 않는 의ㆍ수족과 휠체어를 모아 형편이 어려운 장애인이나 독거 노인에게 보내는 운동도 벌인다.
김씨는 이런 요즘의 삶이 행복하다. 사고와 함께 결혼에 대한 부푼 꿈도 깨지고, 미술학원 원장으로 잘 나가던(?) 시절도 끝났지만, 아픔만큼 성숙해진다는 유행가 가사처럼 부쩍 커가는 느낌이다. 예전에 돌이켜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이 이제서야 새록새록 가슴에 와 닿으니 말이다.
얼마 전에는 폴 매카트니와 약혼을 해서 더욱 화제가 된 장애인 모델 헤더 밀스의 자서전 ‘내 운명의 창고에 들어있는 특별한 것들’을 번역해 책으로 펴냈다.
앞으로 장애인 모델이나 리포터로 더욱 적극적인 사회 활동을 벌일 계획이라는 김 씨. "타인의 아픔까지 보듬고 살아가는 따스하면서도 강인한 장애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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