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장소의 가치는 그 곳을 무엇이라고 부르느냐에 좌우된다. 또 그 장소의 명칭은 부르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달라진다.
연방 토지관리국(BLM)은 몬태나주 빌링스 남서쪽에 자리잡고 있는 사암계곡을 ‘웨더맨드로우’라고 부른다. 이 지역의 법적 소유주인 연방 토지관리국은 이 곳의 채광권을 1에이커당 연간 1달러, 즉 160달러에 임대해주고 있다. 이 가격은 미국 도심지의 평균주차료와 비슷한 것이다.
이 곳의 석유채굴권을 갖고 있는 앤슈츠 개발이 정한 명칭은 ‘연방리스 MTM-74615’다.
만약 석유를 개발하면 이 곳의 가치는 수천만달러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여러 아메리칸 인디언부족들은 암벽에 전사, 방패, 동물들의 고대벽화가 남아있는 이 지역을 ‘추장들의 계곡’이라고 숭배한다. 이들 부족들에게 이 곳은 성스러운 장소로 값을 따질수 없다.
그러면 이처럼 다양한 이름을 갖고 있는 웨더맨드로우 지역을 둘러싼 논란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지난 봄 연방내무부는 웨더맨드로우의 채광권이 앤슈츠 개발에 있다고 발표했다.
당국의 발표는 폭풍을 몰고 왔다.
옛부터 이 계곡을 성지로 모시면서 각종의식을 올리고 장소로 사용하고 있는 코만치족을 비롯한 많은 인디언부족들은 내무부의 결정을 번복시켜달라고 연방정부에 탄원했다. 이 지역을 인디언 유산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연결고리라고 보는 인류학자들도 인디언들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토지관리국이 입장을 좀체로 굽히지 않자 인디언부족은 앤슈츠 개발과 언론으로 발길을 돌렸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꺼린 앤슈츠 개발은 항의단체들과 만나기로 했다.
회의참석자 가운데는 크로우부족의 역사를 연구하는 하워드 보제스(64)도 있었다. 법적으로 맹인이지만 하이테크의 도움으로 대화를 할 수 있는 보제스는 이 회의를 묘사하면서 "다른 언어들의 충돌"이라고 표현했다. 어떤 아라파오 인디언원로는 회의에서 계곡의 신령을 부르는 의식을 올리기도 했다.
앤슈츠의 한 고위간부는 자사가 갖고 있는 채광권을 다시 강조하면서 논란이 언론에서 다뤄지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앤슈츠와 마찬가지로 인디언부족들도 언론의 보도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다. 신비로운 계곡이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들의 탄원서가 워싱턴의 관심을 끌지 못하자 부족들은 언론에 이를 공개키로 했다.
블랙피트 인디언부족 대표는 앤슈츠사가 이 계곡의 개발을 포기하면 몬태나 인디언보호구역의 석유개발을 허락하겠다고 제안했다.
회의는 서로 명함을 정중하게 교환하고 앞으로 타협점을 찾기로 협의, 희망적으로 끝났지만 구체적인 합의사항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회의는 오후내내 진행됐지만 서로의 입장만을 반복해서 제시했다"
보제스는 말한다.
각각의 이해그룹들에게 역사, 문화, 경제적으로 상이한 측면을 제공하고 있는 웨더맨드로우의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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