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궁예바통 이어 전면 등장, 왕건은 또 한발 물러서
다시 견훤이다.
KBS 1TV 대하사극 <태조 왕건>(극본 이환경 연출 김종선) 타이틀롤 왕건이 또 다시 한 발 물러선다. 대신 견훤이 극 전면으로 등장한다.
국민드라마 <태조 왕건>은 궁예가 떠나면서 이야기의 중심이 잠깐 왕건에게 모아졌으나 7월부터는 견훤이 궁예의 바통을 이어받아 본격적인 연기를 펼친다. 극 전개도 견훤이 승승장구하는 반면 왕건은 8공신을 잃는 등 등극후 최대의 위기에 봉착한다.
대야성 전투, 팔공산 전투 등 웅장한 스케일의 볼거리가 줄줄이 펼쳐질 <태조 왕건>의 이야기를 알아 본다.
▲궁예에 가리고 견훤에 눌리고?극 전반부가 궁예판 <태조 왕건>이라면 중반부는 견훤판 <태조 왕건>이다. 비록 그 동안 왕건이 신하에서 왕으로 올라섰지만 여전히 극의 중심에서는 한 발짝 비켜서 있다.
견훤이 극 중심으로 나서게 되는 계기는 대야성 전투. 견훤은 대야성을 함락 시킨 후 내친 걸음으로 서라벌 포석정까지 줄달음친다. 또 8월 중에 방영될 대구 팔공산 전투에서는 신라를 돕기 위해 대군을 이끌고 내려 온 왕건을 알거지로 만든다. 이 전투에서 왕건은 신숭겸 전이갑 전의갑 등 일명 8공신을 모두 잃는다.
호쾌한 전투신이 벌어지는 사이 백제의 사분오열도 함께 그려진다. 능환과 최승우 두 책사간의 알력이 본격적으로 묘사되고 견훤과 신검ㆍ양검 등 부자간의 갈등도 표출된다. 자연스레 이야기의 중심이 견훤쪽으로 모아지는 배경이다.
견훤이 궁예를 대신해서 전면에 나서듯이 최응(정태우 분)과 최승우(전무송 분)는 종간(김갑수 분)의 공백을 메운다. 최승우가 궁예 몰락을 불러 온 것처럼 최응도 견훤 부자간의 갈등에 기름 붓는 역할로 또 한 번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게 된다.
견훤 역의 서인석은 "궁예로 약간 소외된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이 아닌 만큼 그 동안 그려진 캐릭터를 바탕으로 연기를 하겠다” 면서도 “또 다른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고 달라진 견훤의 위상에 잔뜩 기대를 걸고 있다.
▲왕건은 진짜 왕따당하는 것인가?
영화에 가끔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칼을 들고 설치다가 혹은 갖은 폼으로 권법을 뽐내다가 상대방이 말없이 쏘는 권총에 맥없이 쓰러지는 장면.
<태조 왕건>에서 왕건의 역할이 바로 조용히 총 쏘는 역할이라는 게 연출진의 의도다. 비록 궁예와 견훤이 화려하면서 자극적인 연기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지만 결국에는 주인공이 바로 서게 되는 것이 노림수라고 한다. 또한 그것이 역사인물 왕건을 가장 충실하게 그리는 작업이기도 하다는 것.
안영동 책임프로듀서는 "연기자로서는 왕건 최수종이 손해 보는 대목이지만 결국에는 최후의 승자가 되면서 그의 연기도 새롭게 평가 받을 것이다”라고 자신 있게 밝힌다.
연기자 최수종도 십분 이해하고 있는 입장. “나는 왕건이지 궁예가 아니다” 면서 “시청자들이 어떻게 얘기 하더라도 작가와 연출진의 의도대로 왕건을 만들어 가다 보면 나중에 제대로 평가를 받지 않겠는냐” 고 되묻는다.
실제 최수종은 지난 2년여 동안을 오직 왕건으로만 지내왔다.
이 건기자 klee@daily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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