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네 집’에는 사랑이 있다. 순수하지만 힘들고, 가슴 아픈 사랑이.

MBC TV 주말극 ‘그 여자네집’이 강력한 흡인력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사극이 난무하는 요즘 거의 유일하게 현대극의 자존심을 살려주고 있는 형편이다.

극중 사랑을 일구는 커플들의 모습은 우리 주위에서 한 커플쯤은 마주치게 된다. 그만큼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감각으로 김정수 작가와 박종 PD가 호흡을 맞추며 만들어내고 있다.

극중 사랑의 유형을 만나보자.



▲김남주-차인표

박종 PD는 얼마 전 사내 전화를 한통 받았다. 맞벌이 부부인 이 여자 사원은“어쩜 김남주의 시어머니와 시누이(즉, 차인표의 어머니와 누나)가 우리네랑 똑같느냐”면서.

이들 커플이 어쩌면 가장 흔하게 맞부딪히는 유형일 수 있다. 가난한 집 남자와 결혼하게 되면 겪는 ‘억울한’ 시집살이를 지금 똑똑한 김남주가 톡톡히 치러내고있다.

그렇다고 해서 시집도 할 말이 없는 게 아니다. 얼마나 귀하게 키운 아들이자 동생인데, 아내에게 기죽고 사는 꼴은 못보는 게 아직까지 한국사회에서 당연하다.

김남주는 털털한 모습으로 시원스레 연기하고 있다. 차인표는 기존의 부잣집 외아들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일상으로 들어온 모습이다.

▲김현주-이서진

젊은 세대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얻고 있는 커플. 김현주의 깜찍하고 당돌한 모습과 고독한 반항아로 보였던 이서진이 사랑에 눈을 떠가는 모습이 오히려 애절해 보인다.

부잣집 외동딸과 고아의 사랑은 그 시작부터 험난할 수 밖에 없다. 시청자들은 이들이 첫사랑의 열병에 빠져 사랑의 난관을 헤쳐나가는 과정을 애타게 지켜봐야 한다. 그러면서 시청자들은 ‘아직도이런 순수함이 남아있구나’라며 안도하게 된다.

▲허영란-윤태영

어찌보면 가장 순탄한 커플이다. 고아인 윤태영과 약간은 모자란 듯한 허영란의 짝짓기. 이들을 통해 시청자들은 한숨 돌리게 된다. 윤태영이 퉁명스럽게 말은 하지만 결국 허영란을 감싸주고 챙겨주는 모습을 보며 빙그레 미소짓게된다.

▲이아현-박상면

이혼녀와 총각의 사랑. 시대가 변해가며 이 문제는 우리 사회의 새로운 화두로 제기됐다. 결론은 해피 엔딩. 이들 커플은 곧 결혼에 골인하며 달라진 사회상을 반영한다. 박상면의 ‘무대뽀’식 사랑이 결실을 맺는 것. 결혼 후 박상면 형의 집에 얹혀살며 시집살이를 하는 이아현의 모습이 기대된다.

김가희 기자 kahee@dailysport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