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감독협회가 총회를 열고 독자적인 기구로 활동하겠다며 영화인협회에서 탈퇴했다.28일에는 영화인협회 유동훈 이사장이 “영화인 처우 개선에 한계를 느낀다” 며 사퇴를 전격 발표했다. 앞으로 영협 내 최대 쟁점은 노조 결성 움직임이다. 한편 감독과 제작자를 겸한 이들이 많은 감독협회는 노조보다는 제도 혁신에 관심이 많다.
두 단체의 움직임에는 공통점이 있다. 초등학교 때 옷을 걸친 대학생처럼, 규모만 커지고 구조는 빈약한 한국 영화계의 고민이 그대로 담겨있다. 감독은 ‘현장의 노동자이자 시대 문화를 이끄는 주역’(임원식 감독협회 이사장)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들은 영화인의 상상력을 가로막는 이전 시대의 ‘검열’이나 다름없는 등급보류제도 등 제도적 문제에 대해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영협 역시 ‘영화청년’들의 열망을 저임금의 볼모로 잡은 불합리한 제작 관행을 개선하지 못했다.
이제 막 촬영에 들어간 제작비 20억 원 규모의 한 영화를 예로 들어보자. 주ㆍ조연배우 개런티로 8억 원, 시나리오 2,500만 원, 감독료 2,000만 원이고, 조감독 4명에게는 합해서 2,500만 원을 준다. 이 영화사가 일년에 한 편의 영화를 제작하는 것을 감안하면 조감독의 연봉은 625만 원인 셈이다. 배우들 개런티는 올라도 스태프에 대한 처우는 제작비가4, 5배로 뛰어 오른 지금도 그대로다. 시나리오 작가 김광호씨는 “대통령이 두 번 바뀐 10년 간 임금이 그대로인 것은 파렴치한 행위”라고 말한다. 한국영화는 르네상스를 맡는 것 같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이렇게 빈곤하다.
박은주 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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