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31)가 해냈다.
TV와 CF에선 부동의 톱스타였으나 유독 영화에서만큼은 빛을 내지 못했던 김혜수가 영화 ‘신라의 달밤’으로 마침내 흥행 성공의 기쁨을 맛보게 됐다. 여주인공으로 출연한 ‘신라의 달밤’이 지난 주말 서울에서만 13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개봉 첫 주말 스코어로는 김혜수 출연 영화 가운데 최고다.
김혜수의 흥행 도전사는 꽤 길다. 중학생이던 지난 86년 영화 ‘깜보’로 데뷔한 이래 지난 98년의 ‘닥터 K’ ‘찜’까지 그의 이름을 걸고 흥행에 나섰던 영화는 8편 가량. 여기서 ‘영원한 제국’(95년) ‘첫사랑’(93년)이 다소 평가를 받았을 뿐 모두 흥행에선 기대 이하였다.
이 때문에 김혜수는 한 때 영화에 대해 ‘의기소침’ ‘띄엄띄엄’ 이었다. 흥행 감독으로 떠오른 곽경택 감독을 만나 영화를 한 편 찍었지만 ‘친구’가 아니라 ‘닥턱 K’였고, 이명세 감독을 만났지만 ‘인정사정 볼 것 없다’가 아니라 ‘남자는 괴로워’나 ‘첫사랑’이었다. 지독히도 운이 없었던 셈이다.
그리곤 ‘신라의 달밤’을 만났고, 흥행 성공의 짜릿한 기쁨을 맛보게 됐다.
김혜수는 "이번엔 안정된 흥행 조건을 중심으로 선택했는데 그 덕을 보게 됐다"면서 "’신라의 달밤’의 흥행 성공은 부담 없이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신라의 달밤’에서 김혜수는 파출소 읍소 신이란 인상적인 장면을 남겼다. 깡패를 세상에서 가장 멋진 직업으로 여기는 동생이 패싸움 끝에 파출소에 끌려가자 김혜수는 보호자로서 달려간다. 동생을 훈방시키겠다는 일념 아래 김혜수는 파출소 문을 들어서면서부터 눈물을 찍어 바른다. 그리곤 이 사람, 저 사람 붙잡고 "용서해 주세요"를 연발한다.
영화 속에서 첫 등장인 이 장면은 김혜수의 숨겨진 코믹 연기력이 어느 정도인지 웅변했다.
짧은 순간에 오랜 공력의 연기력을 쏟아붓는 능력을 과시한 김혜수, 늦지만 화려한 ‘본격 등장’으로 영화계는 그만큼 풍성해졌다.
정경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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