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년 기다림끝에 챔피언 링 끼고 가족품으로
1979년 10월11일, 그해 입단 이후 줄곧 벤치를 지키던 열여덟살 신출내기 레이 보크(보스턴 브루인스)는 NHL 정규게임 데뷔전은 치른다. 영광과 고난을 양 날개로 단 대장정의 시작이었다.
90년 MVP 트로피를 비롯해 연례행사가 되다시피 한 올스타수비수 선정 등이 영광의 날개를 더욱 멋지게 장식할수록 고난의 날개는 채워지지 않은 챔피언 꿈, 거기서 흘러나온 한숨으로 적셔졌다. 꼬박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정규시즌 1,612게임, 포스트시즌 213게임. 그가 치른 총1,825게임만 해도 경이로운 기록인데다 그는 수비수로는 통산 최고골게터(410골·1,169어시스트)라는 내실까지 갖췄다. 그러나 여론이 늘 공정한 것은 아니었다. 10년, 15년을 넘기면서부터 그에게는 "그렇게 많이 뛰고도 챔피언 링을 한번도 끼워보지 못한 사나이"이란 달갑잖은 꼬리표가 졸졸 붙어다녔다.
지난 9일 덴버. 보크는 포스트시즌 214번째 게임을 위해 링크에 오른다. 콜로라도 애벌랜치와 뉴저지 데블스의 스탠리컵 파이널 7차전을 위해서였다. ‘영원한 브루인’으로 자타가 공인했던 그는 단 하나 남은 챔피언 꿈, 단 한번의 기회밖에 남아있지 않을지도 모를 챔피언 꿈을 이루기 위해 20년 이상 몸담은 보스턴을 떠나 애벌랜치에 둥지를 튼 터였다.
애벌랜치 3-1 승. 그날 경기소식을 전하는 언론들은 하나같이 애벌랜치의 스탠리컵 탈환보다는 22시즌만에 풀린 보크의 한풀이에 초점을 모았다. 덴버 시민들을 말할 것도 없고 그를 빼앗긴 보스턴 시민들도 수만명이 떼몰려나와 스탠리컵을 안고 돌아온 ‘적장 보크’를 환영했다.
미션 완수!
가장 오랜 기다림끝에 가장 화끈하게 꿈을 이룬 보크가 마침내 유니폼을 벗는다. 보크는 26일 NHL 22년을 마감하는 고별회견을 갖고 야인으로 돌아간다. 팀동료 겸 후배 조 사킥(올해 플레이오프 MVP)은 "기량으로 보나 체력으로 보나 레이는 앞으로도 5-6년은 너끈히 뛸 수 있는데…"라며 떠나보내기 싫은 내색을 감추지 않는다. 다른 동료들도 코칭스탭도 팬들도 한목소리다. 18세 앳된 청년으로 링크에 올랐다 어느덧 꽉찬 40세 최고령 현역이 된 보크는 그러나 ‘정상에 섰을 때 하산’ 결심에서 한발짝도 물러나지 않는다.
"내가 더 뛸 수 있느냐 없느냐,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난 이제 내가 이루고 싶은 모든 것을 다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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