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유학생들, 졸업후 진로놓고 심각한 고민
미국내 대학에서 공부하는 해외유학생들 숫자가 사상 최고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UCLA 대학이 실시한 유학생 실태조사에 따르면, 미국내 순수 해외유학생 숫자는 지난 30년간 세 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교육기구(IIE) 발표에 따르면, 현재 미국내 고등교육기관에서 공부하는 1,450만여명의 학생중 해외유학생 숫자가 51만 5,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특히, 유학생 규모는 지난 해에만 5%나 증가하는 등, 해가 갈수록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중 절반 이상이 아시아계 학생들이며, 유학생들 대부분은 비즈니스, 엔지니어링, 컴퓨터 사이언스 같은 실용적 분야에서 학위를 취득한다.
그런데, 많은 유학생들은 졸업후 본국으로 귀국하는 과정에서 큰 어려움을 겪는다.
미국의 선진적 사회체제와 자유로움에 흠뻑 물이 든 학생들이 여러 면에서 후진적인 본국에 가서 재적응하는데 큰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중동의 팔레스타인에서 유학온 여학생인 22세의 라샤 샤스는 이번에 버지니아 대학을 졸업했다. 샤스는 대학에서 4년간 히브리어를 공부하는 동안, 자신의 가치관을 재정립하고 중동분쟁을 여러 가지 다른 관점에서 보는 시각에 익숙해졌다. 그녀는 이번 여름 가족들의 새 집이 있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제다로 돌아갈 예정이다.
집에 가면 샤스는 중동여성들이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하는 아바야를 다시 걸쳐야 한다. 그러나, 샤스를 더욱 초조하게 만드는 것은 새로 시작하려는 신문사 기자업무다. 중동에서는 직장에서 남녀가 함께 일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샤스는 자신이 미국생활 중 체득했던 인간관계의 풍요로움을 상실하게 된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샤스는 또한 미국대학 생활중 몸에 밴 비판적 사고훈련이 사우디에서 이단적인 모습으로 비쳐지지 않을까 염려한다.
"만약 내가 주위에 너무 이단적인 모습으로 비쳐진다면, 매우 위험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미국전역에서 대학을 졸업하는 많은 해외유학생들에게 대학졸업은 새출발임과 동시에 걱정과 긴장과 분열된 정체성의 시작이다.
경제적으로 낙후된 고국이 자신들의 졸업장을 필요로 할만한 고용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은 물론 자신들의 서구식 사고방식이 고국에서 용납될 것인가 등등 이들의 걱정은 끝이 없다.
이들 유학생들은 흔히 성년기 초반에 고국을 떠나 자유롭고 풍요로운 미국식 가치관에 흠뻑 젖은 상태다.
이들은 또, 경제적 제약 때문에 대학재학 중 고국을 방문할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결과적으로, 인생관 형성에 가장 예민한 시기에 유학생들은 본국으로부터 차단되어 미국식 가치관을 체득한 것이다.
터키 이스탄불 출신 유학생 아이칸 데미란은 미국 유학시절, 항상 두가지 문제가 자신의 최우선 관심사였다고 말한다.
그것은 고국에 있는 가족들과 미국에서의 이민자 신분문제였다. 그녀는 미국유학중 항상 족쇄에 묶인 죄수와 같은 느낌을 가졌다고 토로한다.
데미란은 버지니아 대학에서 심리학과 경제학을 공부했다. 그녀는 졸업후 곧바로 귀국하지 않고 취업비자를 취득, 올 여름부터 뉴욕소재 한 크레딧 회사에서 일하게 된다. 데미란은 미국에서 한 10년쯤 경력을 쌓은 다음 터키로 귀국, 터키의 전통적이고 권위적 문화체계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결정권을 가진 부사장급 직책에서 일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모두가 데미란처럼 일이 잘 풀리는 것은 아니다.
인도네시아 출신 유학생 아스타리 다뉴위도 졸업후 미국에서 취업기회를 노크하고 있다. 지금 귀국할 경우, 정치적, 경제적으로 불안한 인도네시아에서 자신의 전공을 살릴만한 직장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녀가 취업알선 회사에 이력서를 제출하자 처음에는 문의가 쇄도했다. 영어와 인도네시아어를 유창하게 하는 사람이 미국에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뉴위가 인도네시아 국적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대부분의 취업 스카우터들이 발을 뺐다. 간혹, 주변에 전공이 같은 친구가 있으면 소개시켜 달라는 제의가 고작이었다.
결국, 그녀에게 마지막까지 관심을 보인 곳은 비영리 미국-인도네시아협회 뿐이었다. 다뉴위는 새로운 직장상사가 6년짜리 취업비자 취득시까지 계속 스폰서를 서주기만 바라고 있다. 미국정부는 일년에 장기 취업비자를 19만 5,000건으로 엄격히 제한한다.
이처럼, 대학을 졸업하는 외국유학생들이 미국사회에 진입하려면 매우 좁은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이는 미국대학들이 해외유학생들에게 문호를 활짝 개방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유학생들은 4년간의 미국대학 생활 중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지만 장기취업비자를 취득하여 미국에 정작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대학졸업반에 있는 상당부분의 유학생들이 마지막 1년간을 진로문제를 놓고 씨름하고 있다.
게중에는 실습훈련 명목으로 졸업후 1년간 비자연장을 신청하는 경우도 있다. 유학생들이 취업비자를 취득하려면 반드시 자신의 전공분야에서만 일자리를 얻도록 제한된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은 신분이 불안정한 해외유학생들의 이력서를 비중있게 다루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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