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자녀 중에 하버드나 예일대에 합격되었는데 에모리대학이나 카네기멜론대학에서는 대기자명단에 오르는데 그친 학부모가 있다면 더 이상 의아스럽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월스트릿 저널이 최근 미국 주요 대학들의 입학사정절차를 다룬 기사에 따르면, 많은 대학에서 지원생 가운데 가장 우수한 학생을 대기자명단에 올리고 대신 그 대학을 선택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학생들을 합격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상은 특히 아이비리그 지망생들이 안전망으로 흔히 지망하는 동부 단과대학(liberal arts college)가운데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서 대학의 인기, 혹은 선호도(selectivity)를 평가하는데 가장 흔히 사용되는 지수가 합격률(acceptance rate)와 진학률(yield)이다. 합격률은 대학지원생 가운데 합격자 비율이고 진학률은 합격된 학생가운데 그 대학을 선택하는 학생의 비율이다. 그러므로 합격률이 낮고 진학률이 높을수록 신입생의 질이 높고 인기가 높은 대학으로 여겨지며 해마다 나오는 US뉴스 대학랭킹에서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난 10여년사이 아이비리그 종합대학에 비해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단과대학이나 아이비리그 대열의 바로 밑에 놓인 차선 대학들이 인위적으로 진학률을 높이고 합격률을 낮추기 위해 입학사정에서 부적절한 기준을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되고 있다.
한 예로 펜실베니아의 프랭클린 앤드 마샬 칼리지는 지원생가운데 가장 우수하지만 대학을 방문하거나 인터뷰를 한 적이 없는 학생 140명을 대기자명단에 올렸다. 이들을 합격시켜도 프랭클린 칼리지를 선택할 확률이 별로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인데 덕택에 합격률이 전년의 53%에서 51%로, 진학률이 전년의 25%에서 27%로 향상됐다.
진학률 높이기 게임을 일찍 시작한 대학으로 알려진 에모리 대학은 인터뷰, 1박 방문, 칼리지페어 참석을 통해 대학에 관심을 나타낸 학생을 선호하고 있다.
진학률 게임의 또 다른 영향은 대기자명단의 인기다. 통계적으로 대기자명단에 올랐다가 합격된 학생은 처음부터 합격된 학생보다 그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네기 멜론 대학의 경우, 대기자명단에 오른 학생가운데 400달러의 디파짓을 내면 우선적 대기자명단에 올리는 제도가 있는데 목적은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서이다. 우선적 대기자명단에 오른 60명중 57명이 카네기 멜론을 선택, 95%의 진학률을 보였다.
많은 교육자들이 부정적인 추세로 여기고 있는 조기지원이 대학으로부터 각광을 받는 이유도 진학률을 높이는 수단으로 매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명문사립대학에서는 전체 신입생정원에서 최소한 3분의 1을 조기지원하는 학생으로 채우고 있다. 하버드, 콜럼비아 등의 대학은 전체 신입생의 70% 정도가 조기지원생이다. 조기지원 중에는 다른 대학에 지원하는 것을 허용하는 ‘early action’과 합격되면 무조건 진학해야 하는 ‘early decision’ 등 두 종류가 있는데 ‘early decision’은 물론 진학률이 100%라는 매력이 있다. 이에 따라, 브라운대학은 내년부터 조기지원제도를 ‘early action’에서 ‘early decision’으로 변경할 계획으로 진학률이 53%에서 58%로 뛰어오를 것을 기대하고 있다.
진학률을 높이는데 집념하기는 최고의 명문들도 마찬가지다. 하버드에 조기지원해 합격된 엘리자베스 매호니는 하버드가 0순위 지망대학이 아니었기 때문에 예일, 프린스턴, 콜럼비아, 다트머스 대학에 다시 지원한 케이스. 그러나 대학 인터뷰에서 하버드 합격을 알린 매호니는 예일과 콜럼비아 대학에서 불합격되고 프린스턴대학에서 대기자명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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