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하마드 알리의 이면 폭로한 책 나와 논란.. 대중적 영웅화에 반기, 무식한 독설가 주장
마크 크램이 한때 너무나도 잘 알던 무하메드 알리와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눈 것은 10년도 더 전,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한 병원 밖에서였다. 당시 이미 권투 때문에 상한 몸에 파킨슨 병까지 걸린 알리는 자기가 50도 되기 전에 “노인네”가 됐다고 말했었다. 선수 시절 알리를 취재했던 크램에게 이런 개인적인 모습은 전혀 놀라움이 아니었다.
크램의 비위를 상하게 한 것은 대중에 비춰지는 알리의 얼굴이었다. 알리는 오스카상을 받은 다큐멘터리 “우리가 왕이었을 때 (When We Were Kings)"에도 등장했고 인도주의적 행위로 백악관에서 대통령으로부터 표창도 받았다. 알리의 얼굴은 그를 영웅으로 그려낸 무수한 책의 표지에 등장했고 애틀랜타 올림픽 때는 성화를 꼭 쥐고 군중의 애정어린 고함에 떨리는 손을 흔들어 응답했다.
그런 알리의 모습은 크램이 알지 못하는 것이었다.
“알리를 마틴 루터 킹 다음 정도로 취급되는 위대한 사회적 인물로 그려놓은 전기들을 계속 보면서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어 내가 본 알리, 그의 인간적 면모를 알리기로 했다”고 말하는 크램이 쓴 책 ‘마닐라의 유령: 무하메드 알리와 조 프레이저의 운명의 혈전(Ghosts of Manila: The Fateful Blood Feud Between Muhammad Ali and Joe Frazier)’은 지난주 시판되자마자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종종 가혹하고 때로는 심술궂다 싶을 정도로 비판적인 크램의 책은 알리를, 무식하고 손쉽게 남의 손에 조종되며 증오에 가득찬 잔인한 독설을 손쉽게 해대는 사람으로 묘사한다.
크램이 기대했던 대로 이 책은 여러 사람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알리의 공식 전기 작가 토마스 하우저는 ‘하우스 오브 박싱’의 웹사이트에 긴 응답문을 올렸다. 백인인 크램은 최근 워싱턴 지역의 한 흑인 라디오 토크쇼에서 자신을 “인종차별주의자”라고 공격하는 것을 들었다. 무하메드의 부인이며 대변인인 로니 알리는 전화 인터뷰에서 크램을 “거짓말장이”라 부르며 “알리는 자신이 절대로 신성화되거나 신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전직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 기자 크램은 다채롭고 재기가 뛰어난, 거의 시같은 문장으로 유명한 인물. 현재 68세로 SI지에 권투 프로모터 단 킹에 관한 글을 쓴 이후 그와의 금전 관계가 드러나 SI에서 해고됐다. 볼티모어에서 태어나고 자란 크램은 야구 장학금으로 조지아 주립대학에 입학했으나 중퇴하고 1953년 육군에 징병됐다 제대하고는 투수가 던진 공에 머리를 맞는 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 마이너 리그 야구선수로 활동하다가 ‘볼티모어 선’의 스포츠부에서 일했다.
그리고 옮겨간 SI에서 크램이 알리에 관한 기사를 쓸 때만해도 기자들은 선수들에 거의 무제한으로 접근, 같이 식사하고 여행하고 놀러 다녔다. 그는 알리와 프레이저 사이의 3번에 걸친 전설적 대결을 다뤘으며 그중 3차전을 다룬 기사인 “마닐라의 드릴러(Thrilla in Manila)”는 스포츠 잡지 역사상 최고의 기사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새 책 ‘마닐라의 유령’은 인터뷰나 새로운 보도보다는 크램의 회상에 바탕을 둔 설명체로 여러 일화들로 가득 채워져있다. 내용은 매우 솔직하고 직설적이다. 크램은 알리를 “유용한 바보”이며 “거의 저능아 수준”이라고 일컫는다. 그는 또 “알리처럼 얄팍한 인물이 이처럼 잘못 이해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제야말로 (알리)는 타락한 자이며 증오의 언어를 늘 사용하는, 난봉꾼으로 바라봐져야 할 때”라고 썼다.
거의 그가 알리를 혐오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크램은 “사람들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알지만 사실 이 책에는 많은 애정이 담겨있다. 그것은 인간의 본성의 문제다. 그는 박물관의 전시품이 아니다. 알리는 역사상 가장 뛰어난 권투선수인데 도대체 왜 그 이상이 필요하단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하우저는 “알리가 사회적, 혹은 정치적으로 중요한 인물이 아니라는 마크 크램의 의견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하우저와 ‘뉴왁 스타렛저’의 칼럼니스트인 제리 아이젠버그는 알리의 모병 거부 결정이 바로 그가 영웅이라는 증거라고 주장한다. 그 때문에 알리는 투옥 위험을 무릅썼고 타이틀과 권투할 기회를 잃었으며 파산했다. 크램은 이 문제와 관련, 알리는 ‘네이션 오브 이슬람’의 손에 조종된 겁많고 혼돈된 젊은이라고 묘사한다.
제목이 가리키듯 크램의 책은 알리와 함께, 궁극적으로 그에 의해 파괴된 후 분노 속에 남겨진 프레이저에 관해 다루고 있다. 프레이저는 처음에는 “더 이상 할말이 없다. 지난 일은 잊고 싶다”고 했다가 차차 알리는 천벌을 받아 파킨슨 병에 걸렸다는둥 통렬한 비난을 계속했다. 프레이저는 “사람들이 눈이 먼 것도 아니고 알리가 아무것도 숨기지 않았는데 어떻게 그렇게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경이롭다”고 말했다.
크램은 그 답을 권투에서 찾았다. 크램은 “챔피언 벨트를 두른 이 남자는 높은 관직에 오른 사람처럼 우리 신화의 한 부분으로 남았다. 그는 이 자리를 한번도 떠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를 흠모하는 사람이나 경멸하는 사람, 모두가 그를 떨쳐버리기를 어려워한다. 전에 알리를 어떻게 생각했었던 간에 이제는 있는 그대로의 알리를 봐야 한다. 다시 그 같은 인물은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라고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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