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른안개’에선 불행, 실생활에선 뒤늦게 본 아이로 ‘천국’
"못다 핀 사랑 이야기입니다."
온 가족이 둘러 앉아 보기 민망하다는 KBS 2TV 주말드라마 <푸른 안개>(극본 이금림 연출 표민수)를 김미숙(42·경주 역)은 ‘사랑이야기’라고 잘라 말한다.
버림받는 경주로서는 불륜이라고 외치고 싶겠지만 드라마 전편에 드리운 이야기를 보면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우리다)을 떠올리게 된다고.
"’나라는 사람이 힘들었냐’ ‘그래’ ‘어떤 면이’ ‘내가 늙고 병들면 전부를 맡길 수 있을까? 가끔 생각해 보면 당신은 불편하고 버거운 존재로 다가선다’"는 성재(이경영 분)와의 대화를 인용한다.
"결론이 평이한 것 같아 아쉬워요. 사람들은 사랑하면서도 결국 신우(이요원 분)를 떠나 보내는 성재를 사려 깊고 포용력 있다고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성재가 끝내 사회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하지만 현실로 가면 여느 아내와 마찬가지로 표독스러워(?) 진다. 드라마를 보고서 가장 뜨끔한 사람이 남편이었다고. 남편이 극중 경주의 ‘내 곁에서 한 발짝도 못 가. 내 옆에서 늙어 죽어라’고 독을 품는 모습에 쇼크를 먹고 "내가 그럴 경우라고 상상하면서 한 대사가 아니냐" 며 놀린다는 것.
<푸른 안개>에서는 남편에게 버림받는 역으로, SBS TV 일일드라마 <소문난 여자>에서는 거꾸로 남편을 차버리는 영순 역으로 등장하는 김미숙.
남편과 뒤늦게 본 아기와 함께 행복하게 지내는 사람에게 버거운 역할 아니냐고 묻자 "현실이 너무 행복하니까 드라마에서라도 가슴 앓이를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고 맞받아치는 그의 모습이 참으로 여유롭고 행복해 보인다.
이 건기자 klee@daily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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