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타와 네바다주의 북쪽 끝에 나란히 붙어있는 두 마을이 합병을 계획중이다. 거리에 그어진 금 하나로 갈라질 뿐이지만 현재 두 마을의 모습은 그렇게 다를 수가 없다.

서쪽에 있는 네바다주의 웨스트 웬도버는 마치 옛 서베를린처럼 휘황찬란한 야광과 밤 문화와 슬랏머신 소리가 요란한 인구 5000명의 관광지고 동쪽 유타주의 웬도버는 동베를린처럼 슬프게 허물어져가는 인구 1500명의 시골 마을이다.

그러나 양쪽 마을 관계자들이 유례없는 합병을 추진, 두 웬도버를 모두 네바다주 엘코 카운티에 병합시켜 유타주 면적을 15스퀘어마일 정도 줄이려 하고 있으니 그 차이는 곧 사라져 버릴 전망이다. 스티븐 페리 웬도버 시장은 “베를린 장벽 같은 것도 무너졌는데 우리는 웬도버 블러버드에 그어진 금 하나만 없애버리면 되니 문제없다”고 말한다.

두 웬도버를 하나로 만드는 문제는 양쪽 주 관계자들이 지난 수년간 말만 해왔지 실천은 하지 않아 왔던 일이나 웬도버가 파산상태에 이르고 유타주 관계자들에게 그 재정부담을 덜려는 생각이 굴뚝같아지면서 추진의 계기가 됐다. 두 시의 시장들은 합병에 찬성이고 인근 카운티출신 주의원들도 같은 생각이다. 양주의 연방하원의원들도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과정은 조금 복잡하다. 두 마을이 네바다주로 귀속될 대지에 합의해서 양주 주의회에서 승인을 받으면 연방의회로 가져가 인준을 받아 주 경계선을 바꿔야 하는데 모든 과정을 다 마치려면 3년쯤 걸린다.

미국에서 주 경계선을 바꾸는 일은 드물지 않다. 최근의 예이자 아주 오랫동안 법정싸움을 벌여온 실례로는 1998년 연방대법원 판결로 160년에 걸린 뉴욕과 뉴저지주간의 엘리스 아일런드 소유권 다툼이 90% 뉴저지주 소속으로 귀결이 난 것을 들 수 있다. 이밖에 대부분의 다른 케이스들은 강변의 땅을 둘러싼 것들이었다.

웬도버시의 경우에는 주경계선을 바꿔서라도 합병하려는 이유가 분명했다. 최근 몇십년동안 도박꾼들이 몰려드는 통에 새 카지노와 호텔이 자꾸 들어서 웨스트 웬도버는 1990년에 벌써 인구가 수천명이 됐다. 1년후 시로 독립한 이후 연간 10%씩 인구가 증가했고 동쪽으로 120마일 떨어진 솔트레이크시티 인구가 증가하면서 도박 손님들도 계속 늘었다. 이에 단독주택과 작은 사업체들이 늘어나 2개뿐인 공립학교는 과포화상태가 됐다.

반면 유타쪽은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1907년에 철도변 물공급소로 생겨난 이 마을은 광산과 공군기지로 2차대전때만도 인구가 2만명에 이르렀으나 전후 주민들이 카지노 일자리와 네바다주의 싼 세금에 끌려 급속히 빠져나가 버린 것이다.

요즘도 웬도버 주민의 대부분은 카지노에서 일하지만 네바다쪽은 주거비가 비싸니까 이곳의 포장도 안된 길가 트레일러 홈에서 사는 히스패닉 저임금 근로자들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합병할 경우 이 도시에는 더 좋은 도로와 주택, 카지노가 들어설 것이 확실시되며 학교와 경찰, 소방서를 합병해 예산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 두 시장의 계산이다.

그러나 장애가 없는 것이 아니다. 웬도버시의 부채가 1300만달러나 되는데 웨스트 웬도버 측이 그 부채는 떠맡으려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또 합병으로 새로 카지노가 들어서면 자기들 이익이 감소될까봐 두려워하는 웨스트 웬도버시의 카지노 주인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현재 웨스트 웬도버 시 예산 500만달러의 5분의 1은 도박업에서 거둬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