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의 밤하늘을 보석처럼 찬란하게 밝혀주던 고층건물의 불빛들이 올 봄에는 덜 반짝이게 됐다.
시어스 타워 지붕이나 존 행콕 센터 꼭대기의 왕관 모양 불빛, 시카고의 샹젤리제라는 미시건 애버뉴의 여러 고층빌딩 불을 아예 꺼졌다. 리글리 빌딩, 트리뷴 타워 같은 건축미를 뽐내는 건물들도 불빛을 많이 낮췄다.
이 건물들이 밤에 불빛을 줄여서라도 덜 끌어들이고 싶은 것은 사람이 아니라 새다. 봄에는 남쪽에서 날아오고 가을에는 북쪽으로 날아가는 다양한 종류의 철새들이 자기들이 의지하여 날고 있는 별빛으로 착각한 탓인지 불빛을 보고 시내 건물로 날아들었다 유리창에 부딪쳐 죽거나 중상을 입는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시카고 환경국의 천연자원보호담당 부커미셔너 수잔 메일렉은 “시카고에서 건물에 부딪쳐 죽는 새만 연간 수십만마리에 달한다”고 말한다. 하는 수 없이 시정부는 작년 가을 ‘불끄기’ 캠페인을 시작, 건물 소유주들에게 새들이 이동하는 4~5월과 9~10월만이라도 장식용 불을 꺼달라고 요구했는데 현재 18~19개 건물이 지키고 있다.
조류학자들에 따르면 이는 시카고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카고 필드 뮤지엄의 생태학자 더글러스 슈토츠박사는 해마다 유리창이나 TV 송신탑등 사람이 만든 구조물에 부딪쳐 죽는 새의 숫자를 1억마리로 추산한다.
조류관찰가들도 덩달아 바빠졌다. 토론토의 경우 다운타운의 40개 빌딩에 부딪쳐 죽은 새들에 대한 감시운동 결과 많은 건물들이 불을 끄기에 이르렀다. 뉴욕에서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최근, 날씨가 흐리거나 습하거나 기타 이동하는 철새들을 끌어들일 것 같아서 오뒤본 협회 관계자가 전화로 요청할 경우에 불을 끄기로 동의했다. 세계무역센터의 경우 송수신탑의 오렌지색 불을 어둡게 한 것은 물론 주변에 그물을 쳐놓아 새들이 유리창에 부딪치기 전에 튀어오를 수 있도록 했다.
몇년전부터 이 건물과 세계금융센터 주위에서 죽은 새의 시체를 줍기 시작한 오뒤본 소사이어티 회원 리베카 크레시코프에 따르면 작년에만 68종의 새 690마리가 죽었고 305마리가 부상했다. “새들은 불빛으로 환한 지역에 들어오면 마치 등잔불에 몰려드는 나방이들처럼 거기서 떠나지를 못해요. 그러다가 새벽이 되면 아무 가지에나 앉으려고 내려가다가 유리창에 부딪치지요”
시카고의 경우 광대한 미시건호를 날아 건넌 새들에게 유리와 강철로 지은 고층빌딩의 불빛은 비운의 종착점으로 특히 두껍고 낮게 구름이라도 드리운 날 새들은 더욱 건물에 가까이 날아든다고 슈토츠박사는 안타까와했다.
사실 조류애호가들은 100층 규모의 존 행콕 빌딩을 상대로 오래 전부터 불끄기 캠페인을 벌여왔다. 지난 1969년 캠페인 때 시카고과학아카데미는 어느 하루 아침, 이 건물 주위에서 죽은 새 400마리를 주워 그중 200마리를 종류별로 분류해서 주차장에 전시하기도 했지만 요즘 행콕센터는 새 보호 문제에 대단히 민감해져 올해는 오뒤본 소사이어티로부터 표창을 받기도 했다. 존 캡 매니저는 “불을 끄면 사람들이 무슨 일이 있느냐고 전화를 하기도 하지만 새도 보호하고 에너지도 절약되니 꿩먹고 알먹기”라고 말한다.
필드뮤지엄의 슈토츠박사는 지난 25년간 호숫가의 유리건물인 매코믹 플레이스에서 새들의 움직임을 관찰한 결과 이제까지 150종, 3만마리의 죽은 새를 수집했다. 건물에 불이 꺼져 있거나 불을 켜더라도 두꺼운 커튼으로 가린 날은 죽는 새의 숫자가 현저히 줄어들어 슈토츠박사는 요즘 개축중인 시카고 베어스 구장 솔져 필드측에 야간 조명용 대형 유리벽을 설치하지 말 것을 교섭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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