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 도착한 후부터는 악으로 버텼습니다. 마음을 작정하고 나니 두려움도 없어지더라구요."
중국을 떠난 김순희씨의 목숨을 건 7개월여 탈출행로는 한 편의 드라마였다.
가짜 여권을 구입하는데 2,000달러를 지불하고 홍콩에서 마닐라행 비행기표를 사니까 연변에서 모은 돈과 아들을 맡기면서 빌린 돈이 동이 났다.
2000년 10월 말. 가짜 여권을 구입한지 한달여만에 홍콩으로 가기 위해 심수행 열차를 탔다. "기차를 타고 오는 동안 아들 생각으로 수많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가끔씩 돌아갈까 하는 생각도 했지요" 김씨는 당시를 생각하며 또다시 말을 잇지 못했다.
3일을 달린 기차는 홍콩 접경지역인 심수에 도착했다. 걸어서 홍콩국경으로 갔다. 홍콩입국은 생각했던 것보다 수월했다. 별다른 검문도 없었다.
밤에 홍콩에 들어갔는데 야경을 보니 너무 아름다웠다. 공항에 가니 한국사람이 많았다. 마닐라행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홍콩에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는 김씨는 그러나 최종 목적지는 미국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큰 갈등은 없었다고 말했다. 필리핀은 무비자 입국이라 역시 큰 문제없이 마닐라 공항에 도착했다.
김씨는 한국사람한테 데려다 달라고 하기 위해 택시를 탔는데 택시 운전자가 먼저 ‘한국사람이냐’고 물어와 ‘그렇다’고 하면서 한국인에게 가자고 했다. 한 한국식당에 도착했는데 주인이 어렵게 보았는지 음식 두끼를 공짜로 제공했다. 식당에서 만난 또 다른 한인의 도움으로 현지 의류공장에 취직했다. 공장의 빨래와 청소를 해주고 기숙사에서 잠을 잤다. 김씨는 한달 동안 있었는데 그 곳 한인들이 참 잘 해줬다고 전했다.
김씨는 기숙사에서 같이 생활하던 한 한인과 친해졌다. 그 사람에게 아들 얘기도 하고 북한에서 왔다고도 고백했다. 그랬더니 그 사람이 ‘한국대사관에 연락해 줄 테니 가보라’고 해 깜짝 놀라 거부했다. 다시 멕시코행을 서둘렀다.
돈이 모두 떨어져 한 한국인에게 연락, 약간의 돈을 융통했다. 11월 말 멕시코시티 비행기표를 구입, 멕시코행 비행기를 탔다.
멕시코시티에 도착, 무조건 택시를 타고 ‘코리아타운’ 했더니 하루에 10달러짜리 싸구려 모텔에 데려다 줘 피곤한 몸을 풀었다. 운이 좋았던 것인가. 이튿날 종업원이 한인 3명을 소개해 줬다. 한 한인에게 ‘북한에서 탈출했다. 미국에 가고 싶다’는 뜻을 전했더니 처음부터 ‘입국이 쉽지 않다’며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작정하고 시작한 일을 여기 와서 멈출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한 현지 한인의 도움으로 600달러를 주는 조건으로 티화나행 트럭에 올라탔다.
일주일을 꼬박 달려 티화나에 도착했다. 역시 아는 사람은 전혀 없어 트럭운전사에게 하소연했더니 한 중국인을 소개했다. 이 중국인은 김씨를 한 봉제공장에 취업시켜 주고 숙소를 마련해 줬다. 약 세달 가까이 아침 6시30분부터 밤 9시30분까지 ‘죽어라’ 일을 한 덕분에 그런 대로 괜찮은 봉급을 받을 수 있었고 마침내 4월6일 택시를 타고 긴 여행의 마지막 관문인 미국입국을 시도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일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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