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샌디에고 구경구치소 한달만에 풀려나... 소학교 교원출신 30대 김순희씨
북한을 탈출, 중국 연변에 살다가 홍콩, 필리핀, 멕시코를 거쳐 샌디에고지역 멕시코 국경을 통해 밀입국을 시도하다 연방이민국(INS)에 붙잡혔던 30대 탈북 여성이 미 인권변호사와 한인들의 도움으로 망명 신청을 한 뒤 석방됐다. 이 여성의 망명신청이 받아 들여지게 되면 밀입국으로 미국에 들어와 정착하는 첫 북한인이 된다.
INS는 8일 밤 8시30분 지난달 6일 샌디에고 시내에서 동쪽으로 50마일 정도 떨어진 오타이메사 국경검문소를 통해 밀입국을 시도하다 붙잡혀 그동안 엘 센트로 구치소에 수감돼 왔던 탈북여성 김순희(34)씨를 석방, 샌디에고 한인회 부이사장을 지낸 한청일(54)씨에게 인계했다.
함경북도 무산이 고향인 김씨는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던 지난 94년 당시 두 살난 아들을 데리고 북한을 탈출, 6년 동안 중국 연변에서 살았으며 지난해 11월 생선장사와 뜨개질로 모은 돈으로 위조여권을 구입한 다음 기차를 타고 중국을 떠나 홍콩, 필리핀, 멕시코를 거쳐 미국에 밀입국하려다 붙잡혔다.
김씨의 석방을 도와온 한씨에 따르면 김씨의 국적이 북한인 것을 발견한 미 인권단체 소속 변호사들에게서 연락을 받고 김씨 소식을 알게 됐으며 김씨의 미국 정착을 위해 INS에 난민지위를 부여해 줄 것을 신청했다.
한씨는 INS의 김씨에 대한 망명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김씨가 추방되지 않도록 추방청문회가 열리는 법정에 출두,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으며 최근 ‘신변보호를 책임진다’는 각서까지 쓴 다음 김씨의 석방허가를 받아냈다. 김씨는 석방된 직후 한씨 등과 함께 샌디에고에 있는 한 한인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면서 가진 인터뷰에서 "자유로운 미국에서 살고 싶어 밀입국을 결심했었다"며 "중국에 남겨두고 온 아들과 함께 미국에서 살고 싶다"고 감격해 했다. 한씨는 "김씨는 미국서 추방되면 아무데도 갈 곳이 없는 불쌍한 우리 동포"라며 "남가주 한인사회가 힘을 모아 인도적인 차원에서 김씨의 미국정착을 도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98년께부터 탈북난민보호 유엔청원운동본부 등 한국과 미국의 인권단체와 변호사들은 중국내 탈북동포들에게 국제 난민지위를 부여하기 위한 국제적인 캠페인을 전개했으며 일부서는 이들을 몽고에 정착시키기 위해 다각적인 사업을 추진해 왔다.
김순희씨 인터뷰8일 밤 INS에서 석방된 김순희씨는 이날 밤을 자신의 석방을 위해 힘써 준 한청일씨의 집에서 보낸 뒤 9일부터는 망명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샌디에고 한인갈보리교회의 보호하에 생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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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오게 된 경로는.▲먹고살기 힘들어 94년 배를 타고 압록강을 건넜다. 6년 동안 연변에서 숨어살면서 낮에는 생선장사, 밤에는 뜨개질을 하며 돈을 모았다. 위조여권을 산 뒤 사흘동안 기차를 타고 홍콩으로 갔다. 이틀 뒤 필리핀으로 간 다음 비행기를 타고 멕시코시티에 도착했으며 그 곳 한인들의 도움으로 밀입국을 시도하게 됐다. 나를 국경지역으로 실어다 준 사람도 한인 택시기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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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올 생각을 어떻게 하게 됐나.▲연변에서 생활하면서 주위의 조선족들을 통해 미국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풍요롭고 자유로운 나라에서 살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아들아이를 두고 온 게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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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무소에서 풀려나는 것을 언제 알았나.▲오늘(8일) 오후 4시반 쯤 간수가 와서 짐을 싸라고 했다. 추방당하는 줄만 알았다. 밤 8시가 조금 지나니까 이민국 직원이 ‘Go’라고 말했다.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나를 위해 도와 준 한 선생(한청일씨)에게 감사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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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희망이 있다면.▲중국에 남겨두고 온 아들아이를 데려와 자유로운 나라 미국에서 정말 사람답게 살아보고 싶다.
<샌디에고=최갑식 기자, 하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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