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오스카상 시상식장에서 최우수 여자 주연배우상 수상자 줄리아 로버츠가 온 세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여왕처럼 무대에 오르고 있을 때 갑자기 보이프렌드 벤자민 브랫이 튀어나와 로버츠가 입은 발렌티노 가운 뒷부분의 매무새를 바로 잡고는 제자리로 돌아갔다.
이 장면은 참으로 중요한 사실을 시사한다. 상을 탄 로버츠가 짧은 시간이나마 세상을 제패한 기쁨을 누리고 있는 동안 관중들은 비록 자기가 로버츠보다 성공하진 못했으나 매우 협조적인 보이프렌드 역할을 하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만족스러운 듯한 브랫을 지켜봤다.
대중문화협회 회장이자 시라큐즈대학에서 미디어 및 대중문화를 가르치는 교수 로버트 톰슨은 "튀어 나가서 옷매무새를 고쳐주는 ‘미스터 줄리아 로버츠’는 로버츠가 무대에 올라가서 시간과 공간을 지배하는 동안 마치 무릎에 앉혀놓는 ‘애완견’ 같아 보였다"고 말한다.
줄리아 로버츠와 벤자민 브랫, 제니퍼 로페스가 4억달러짜리 랩 스타 션 퍼피 콤을 차버리고 같이 다니는 무명의 백업 댄서 크리스 저드, 앤 헤이시와 엮인 카메라맨 콜먼 래푼등은 여자들이 자기보다 덜 성공한 애인을 선택한 경우다. 또 자기보다 덜 유명한 제임스 브롤린과 결혼한 바브라 스트라이전드,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무명 음악가 벤 리를 애인 삼은 클레어 데인즈, 자기가 출연한 그저그런 영화의 제3조감독 짐 스레플튼과 결혼한 케이트 윈슬렛등도 있다.
브랫의 경우 물론 어엿한 영화에 출연했지만 배우로서는 오스카상 수상에 편당 2500만달러의 출연료를 받는 로버츠에는 비교할 수 없는 존재다. 그런데도 로버츠가 그와 함께 다닌다는 사실은 흥미있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는 대부분의 여자들이 경제적 안정을 보장받기 위해 자기보다 더 성공한 남자와 데이트하고 결혼하던 시절을 가버렸음을 말해준다. 로버츠처럼 자기가 일해서 금전적으로 자립한 현대 여성들은 반드시 돈도 많고 성공한 보이프렌드를 택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샌디에고의 작가로 성별간 이슈 및 남녀 관계에 대한 세미나는 진행하는 워렌 패럴은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여성 파워"라고 말한다. "신세대 여성들은 경제적 안정이 정서적 안정을 창조하지 않음을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여성들은 남자들을 얼마나 많이 버는가만 가지고 선택하지 않고 인간성을 보고 선택할 정도로 힘을 갖게 된 여성들입니다. 이것이 진정한 여성 해방이죠"
여자보다 못한 보이프렌드들도 진보주의자들이다. 그들은 대체로 달콤하고 섬세하며 자기보다 더 유명한 여자와 데이트하려면 불가피하게 치러야하는 놀림을 감수한다. 또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보통 인물도 좋다. 이들에게 자기의 일은 여자의 일만큼 중요하지 않아 함께 다닐 때 사람들이 여자에게만 온통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도 달콤하고 섬세한 이들은 별로 개의치 않는다.
그러나 이런 관계는 아직 드물고 저명인사들의 경우 걸프렌드의 명성을 이용하여 자신의 직업적 성공을 꾀한다는 의심을 받기도 한다. 예를 들면 전혀 무명의 백업 댄서였던 저드는 아카데미 시상식장에 로페스의 손을 잡고 등장해 단박에 알려졌다.
톰슨교수는 사회규범은 매우 느린 속도로 변화하는데다가 사람들이 신봉한다고 말하는 것과 실제 행동 변화 사이에는 상당한 시간상의 격차가 있으므로 여자가 자기보다 못한 보이프렌드를 사귀는 것이 모든 사람들에게 정상적인 일로 받아들여지려면 앞으로 한 30년쯤은 지나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MTV 온라인에서 ‘러브 닥’으로 10대 청소년들에게 사랑에 관해 상담하는 작가 질다 칼은 로버츠와 브랫 같은 저명인사 커플의 존재는 신세대 남녀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된다고 주장한다. "변화한 것은 여자들이 자기 자신의 능력이나 지위에 편안한 기분을 느끼게 된 것이거든요. 이제 자기가 누군지를 밝히는데 남자는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됐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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