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기에 부활절은 기독교인들이 무릎을 꿇거나 땅으로 고개를 숙이지 않고 예수의 부활을 경축하는 기쁨의 시간이라고 선포한 제롬 성인의 말을 추종하는 것인지, 무릎을 꿇지 않고 예배하는 기독교인들이 늘고 있다.
뉴욕 파크 애버뉴의 세인트 바톨로뮤 성공회 교회에서 오래 사목위원을 지낸 제임스 도어 더닝은 뉴욕라이프보험회사 부사장이라는 사회적 직함에서 짐작할 수 있다시피 보수적인 인사지만 일요일에 교회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되곤 했다. 자기 아내까지 포함해 다른 신자들이 모두 무릎을 꿇을 때도 뻣뻣이 서 있던 그를 추모하느라 작년 11월 그의 장례식은 본당 신부의 제안으로 참석한 사람들도 모두 선 채로 진행했다. 그는 초기 크리스찬들이 서서 예배를 드린 것은 잘한 일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 1970년대 이후 미사 시간마다 오른쪽에서 세 번째 줄에 서서 무릎을 꿇고 있는 다른 신자들을 내려다보기 시작했다.
오늘날 예배드릴 때 자동적으로 무릎을 꿇는 것을 아이덴티티의 일부로 간주하는 로마 가톨릭 교회 일부를 포함, 무릎을 꿇는 대신 앉거나 서서 예배를 드리는 크리스찬들이 늘고 있다. 교회를 새로 지으면서 장궤틀을 아예 짜넣지 않는 곳도 있고 있던 것을 없애는 교회까지 있다.
무릎을 꿇기 전에 생각부터 하는 크리스찬들도 많아졌다. 콜로라도 스프링스에 사는 가톨릭 신자 아이언 러더포드(26)는 미사중에는 "나 혼자만이라도 무릎을 꿇겠다"고 말한다. "나는 다른 데서는 무릎을 꿇을 일이 없다. 무릎 꿇기는 뭔가 매우 중요한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상징한다"고 말하고 있다.
바바라 카너 데일리(65)는 다르게 생각한다. 어릴적 교구학교에 다니면서 매일 미사 시간에 딱딱한 장궤틀에 무릎을 꿇던 기억이 생생하다는 데일리는 오하이오주 톨리도의 코퍼스 크리스티 대학 교회에서는 서서 미사를 드리고 있는데 전혀 무릎을 꿇고 싶지 않다고 했다.
교회에 가지 않는 사람들은 교회에 가면 당연히 무릎을 꿇는다고 생각하지만 침례교, 장로교, 감리교를 포함 많은 기독교단들은 예배 시 무릎을 꿇지 않는다. 미국 최대의 교회 좌석 제조사인 소더 매뉴팩처링사가 제작하는 의자의 80%에는 장궤틀이 달려있지 않다.
예배중 무릎을 꿇는 로마 가톨릭, 성공회, 루터교, 동방 정교들은 참회, 축성 및 영성체 때 주로 무릎을 꿇는다. 그렇지만 정해진 규칙 같은 것은 없다. 최근 들어 남침례파 및 복음주의교단등, 무릎을 꿇는 일은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던 교단들이 무릎을 꿇고 있으며 중서부지방의 가톨릭 신자들은 더 많이 서고 루터교 신자들은 더 많이 무릎을 꿇고 있다.
기독교사에서 무릎 꿇기는 역사가 깊다. 아기 예수 탄생시 소와 당나귀가 무릎을 꿇고 경배했다고 알려져 있으며 신약에는 예수가 체포되기 전 게세마네 동산에서 무릎 꿇고 기도했다고 적혀있다. 사도 바오로도 "예수의 이름으로 모든 무릎이 굽혀져야 한다"고 쓰고 있다.
그러나 처음 기독교도가 된 유태인들은 무릎을 꿇고 예배드리기에 익숙하지 않았다. 그들은 서서 팔을 뻗어 올리고 부활한 구세주를 찬미했다. 미사 중 무릎꿇는 일은 무가치하고 죄 많은 삶을 뉘우치는 분위기가 퍼진 중세에 이르러서야 일반화되었지만 르네상스와 종교개혁 이후 무릎 꿇기는 서서히 감소, 1620년에 플리머스록에 도달한 청교도들도 무릎을 꿇지 않았었다.
1960년대의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로마 가톨릭 교회의 미사에서 무릎 꿇는 부분을 많이 줄였으나 미국 주교들이 자신들의 권위로 대부분을 복원, 현재 미국의 가톨릭 신자들은 외국 신자들보다 무릎을 많이 꿇어야 한다. 작년에 미국 주교회의는 교회들에 장궤틀 마련 지침을 발행하는 한편 6월에는 사제의 빵과 포도주 축성중에 무릎 꿇는 일의 중요성을 재확인할 것으로 기대되는 바티칸의 새 전례규범을 평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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