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전 결성된 ‘비에나 제일 야채 오케스트라’... 유럽 전역서 연주 초청
검은 양복을 입은 음악가 9명과 하얀 주방장 모자를 쓴 요리사 한명이 무대에 등장해 1시간쯤 연주를 한 다음에, 요리사를 동반한 음악가들답게 지금까지 자기들이 가지고 연주한 악기를 먹어치우는 음악회가 오스트리아의 비에나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비에나 제일 야채 오케스트라’가 속을 파낸 홍당무를 나팔처럼 불고, 순무를 두드려 박자를 맞추며, 가지로 만든 심벌을 부딪치고 대황의 섬유질을 튀기고 파슬리나 녹색 잎사귀들을 바스락거려 내는 창조적이고 실험적인 소리들은 결국 청중들의 뱃속으로 들어간다.
연주회가 진행되어가면서 음악가들이 자기의 악기를, 요리사가 이미 리듬에 맞춰 젓고 있는 커다란 냄비 속으로 던져 넣으면 전기 믹서로 가는 커다란 소리를 피날레로 음악회가 끝난다. 이 피날레는 사실 앙코르 연주의 전주이기도 한데 모든 순서가 끝난 뒤에 청중들은 이제까지 들은 소리들을 먹는 잔치를 벌인다.
웃을 일만은 아닌 이 오케스트라는 비에나의 소리를 연구하는 개인회사 ‘초월음향연구소’의 ‘야채소리부’ 소속으로 "야채를 식욕 충족의 수단으로만 보는 전통적 관점으로부터의 맛있는 탈피"라고 자신들의 작업을 광고하고 있다.
미국에서라면 개그인 이 일이 비에나에서는 미학으로, 새로운 형태의 음악을 개발하려고 색다른 시도를 하는 이들은 비에나음악대학 교수인 프란츠 하우칭어가 작곡한 오리지널도 연주하고 클래식과 재즈 곡들도 연주한다.
단원중 한사람으로 주로 부추를 가지고 연주하는 니콜라우스 간스테러(27)는 "야채를 가지고 연주하는 부조리한 행위를 통해 청중들이 주의깊게 듣고 반추하게끔 긴장감을 자아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하는데 그것은 청중들이 심각해야할 순간에도 시도 때도 없이 웃음을 터뜨리는 바람에 연주자들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말이다.
이 연주단은 3년전, 단원인 요에르크 피링어(27)가 재미삼아 야채를 가지고 연주하는 생각을 해낸데서 싹트고 자라나 CD도 한 장 냈고 요즘은 유럽 전역으로부터 연주 요청을 받고 있어 연주자들은 스케줄을 돌봐줄 매니저를 물색중이다.
독일인답게 조직적으로 이 오케스트라는 자신들의 심포니를 아래의 4단계로 나누어 진행한다. 제 1단계는 샤핑이다. 비에나에서 가장 유명한 나시마크트에 가서 연주회당 35달러 이내에서 악기로 쓸 야채를 구입한다. 정규적으로 새로운 악기들을 개발하는 이들은 유럽인들답게 유전자변형된 야채는 사용하지 않는다.
제2단계는 연주자 개개인의 손으로 자기가 사용할 악기를 만드는 일이다. 예를 들어 ‘큐컴버러폰’의 경우 속을 파낸 오이에 당근으로 마우스피스를 달고 피망을 밑에 붙여서 소리를 증폭시킨 것이다.
제3단계가 연주. 사실은 요리사가 양파를 다지고 콩을 섞는 소리가 섞여드는 연주와 요리의 컴비네이션이다. 샐러드 잎사귀를 터는 소리 같은 아주 미세한 소리까지 잡는 마이크로폰을 통해 울리는 부드러운 소리에는 멜로디와 리듬뿐만 아니라 가끔씩 불협화음까지 섞여든다. 그러면서 점차 앞으로 벌어질 잔치 음식 냄새가 청중석으로 스며들면서 연주회가 피날레를 장식하면 청중들의 요구로 비에나 월츠도 연주할 수 있는 이들은 제4단계로 넘어간다.
바로 음식을 즐기는 일이다. "아주 평가가 좋습니다"고 간스터러는 말하는데 뮈니히에서 발행되는 쥐트도이치 신문도 최근 "그들의 음악은 항상 신선하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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