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컴퓨터 앞에 앉으면 대여섯가지 일 동시 처리
컴퓨터 앞에 앉으면 내일 학교에 내야할 논문을 쓰면서 인터넷에서 자료 찾으랴, e-메일 체크하랴, 8명의 친구들과 인스턴트 메시지 주고받으랴, 뉴욕에 사는 17세 고교생 콜린 매큐는 바쁘다. 그 모든 것을 자기 MP3 플레이어로 노래를 들으면서, 또 컴퓨터로 새로 좋아하게 된 그룹의 노래를 담은 CD를 구우면서 한다.
콜린은 말하자면 ‘멀티태스킹’ 전문가라 할 수 있다. 원래 컴퓨터가 서너가지 프로그램을 동시에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 용어가 사람에게 쓰이고 있는 것인데 요즘 미국의 10대 청소년들에게 컴퓨터 앞에서의 멀티태스킹은 라이프스타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10대들은 예전부터 라디오를 크게 틀어놓고 전화로 수다를 떨어가면서 삼각함수 숙제를 하는데 익숙했으나 미국 가구의 반 이상이 컴퓨터를 갖고 있는 요즘 젊은 세대는 멀티태스킹 기술을 계속 갈고 닦고 있다. 물론 어른들도 e-메일과 스프레드쉬트를 왔다 갔다하면서 전화도 두 통화 정도를 한꺼번에 처리하는 정도는 하는 사람이 많지만 여섯가지쯤 되는 일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매끈하게 처리해내는 10대들은 당하지 못한다.
이러한 멀티태스킹이 10대 아이들의 어린 두뇌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는 아직 공식적인 연구가 없는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는 멀티태스킹이 아이들의 집중력 및 끈기에 미칠 영향에 관한, 보다 일반적인 우려가 일고 있다. "여러가지 일을 잘 하기 이전에 한가지 일을 잘 할줄 알아야 합니다"고 말하는 교육심리학자 제인 힐리 박사는 "요즘 아이들에게 동시에 여러 가지가 아니라 한가지에 달라붙어 효율적으로 하는 능력이 결여되어 보입니다"고 말하고 있다.
’데이타스모그:정보과잉에서 살아남기’라는 책을 쓴 데이빗 솅크고 동감이다. "멀티태스킹의 스릴에 너무 도취해서 집단적으로 참을성이나 침착함 같은 덕을 희생시킨 세대를 키우고 있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참을성이나 침착함 같은 것은 10대들이 소중히 여기는 자질도 아니고 어른들이 걱정에는 아랑곳없이 자기들에게는 멀티태스킹이 일종의 오락이라고 주장한다.
뉴욕주 트로이의 여자기숙학교인 에마 윌라드 스쿨 12학년생 리베카 스트록은 지난 수년간 멀티태스킹 기술을 갈고 닦아왔다. 숙제와 인스턴트 메시징, e-메일과 컴퓨터 게임을 동시에 하면서 음악도 자기 컴퓨터의 MP3 플레이어와 방안의 CD 플레이어를 번갈아 듣는다.
하루에 할 일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멀티태스킹을 한다는 아이들도 있다. 리베카의 룸메이트이기도 한 알리아 울프는 "멀티태스크를 하지 않으면 스포츠도 못하고 수강과목도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알리아는 어려운 과목들을 하루 종일 들을 뿐만 아니라 학교 축구 팀에서도 뛰고 토론팀에도 나가며 학교 신문과 도서관 기관지에 기고하는 한편 공영라디오에 커멘터리도 정기적으로 제공한다.
멀티태스킹을 하는 이유가 다양한 것처럼 멀티태스킹에도 저마다 규칙과 우선순위가 있다. 알리아의 경우 전화 통화에는 선을 긋는다. 친구에게 전화했을 때 전적인 관심을 받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샌디에고의 12학년생 데이빗 로츠(17)에게는 그런 제한도 없다. 멀티태스킹에 하도 익숙해있기 때문에 전화건 친구들은 그가 몇가지 일을 하고 있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멀티태스킹중에 하지 않는 일은 기타 치기 정도다.
이런 현상에 관해 생각해본 사람들 중에는 지금 10대 아이들이 커서 취직할 때가 되면 멀티태스킹이 생활방식으로 자리잡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인간의 두뇌에 가해지는 요구가 자꾸 늘어만 가므로 멀티태스킹 능력을 키우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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