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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갑에 사진 꼭 간직했던 황인자씨.. 화산중 장민자 선생님과 극적 해후
"그리던 장민자 선생님을 만나게 되어 너무 기쁩니다. 3월30일 밤 12시가 넘어 전화 통화했고, 4월1일 낮 저희 교회에 찾아오셔서 18년만에 만났습니다(황씨는 중학교 졸업 후 장씨가 83년 도미했을 때까지 연락을 취했으나 이듬해부턴가 소식이 끊겼다). 그냥 헤어질 수 없어 저희 집에서 하룻밤을 같이 보냈습니다. 가시면서 선생님이 감사의 글을 적으셨기에 보내드립니다." 황인자 드림.
"자정이 되어 퇴근하는데 마중 나온 남편이 홍인자를 아느냐기에 "그런데요" 하고 되물었더니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인자가!?" 얼른 집으로 들어가려 하는데 남편이 말합니다. "와서 기다리는 게 아니고, 전화를 기다리고 있단 말이오." 얼른 전화번호를 눌렀지만 앤서링 머신만 돌아갑니다. 갑작스런 소식에 잠시 어리벙벙하게 서성대는데 곧 회신이 왔습니다.
인자. 화산 중학교에 근무할 때 나처럼 냉랭한 선생을 곧잘 따라주던 상냥스런 학생. 그 곳 생활이 낯선 저에게 오히려 여러 가지로 안내자가 되어 다정하게 대해 주던 학생 아닌 친구였지요. 제게 가장 어두운 시절이었던 70년대 초 화산에서 저에게 기쁨을 주던 인자를 통해 이 곳에서도 또 한번의 크신 위로를 주시는군요. 밝지만은 않은 인생 길 길목 길목에서 만나게 된 사람들을 통해 기쁨과 위로를 주시는 하나님께 정말 감사 드려요.
구독하는 신문인데도 지나쳐버린 저에게 남편은 저를 찾는다는 글을 펴 보여주었습니다. 나흘이 지난 ‘구문’을 보고 저도 놀랐습니다. 제 사진까지 실려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몰랐으니. ‘이 곳에는 나를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데 누가 나를 찾는 것인 줄 알고 인자에게 연락해 주었을까?’ 나중에 들으니 김사환 장로님, 정현숙 집사님이라고 합니다. 그리운 사람을 만나게 하는 데에는 한국일보사와 여러 친구들의 도움이 얼마나 큰지 알게 되었습니다.
일요일(4월1일) 인자의 남편이 부목사로 섬기는 윌셔연합감리교회를 찾아가기로 했는데, 우리의 만남을 시새움이라도 하려는 듯 바로 전날 저녁 윌셔 길에서 인자 가족 4명이 탄 밴이 다 타버리는 교통사고가 일어났습니다. 반쯤 열려 있는 맨홀 덮개에 부딪혀 개스 탱크에 불이 붙었습니다. 차는 다 탔지만 아이들까지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모두 무사했습니다.
18년만에 만나는 인자가 아주 처참한 몰골을 하고 있을 수도 있었다 생각하니 불길 속에서 건져주신 하나님께 참 감사합니다. 교회에 출석해 예배를 드리는데 인자의 남편 황승일 목사는 두 주 전에 어머니를 여윈 슬픔을 위로해주신 교우들의 사랑에 감사하는 인사를 하며 한 어머니를 데려가더니 새 어머니를 보내셨다고 하더군요. ‘어쩌면 또 이런 때에 만나게 해 주실까?’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표현하지 못하고 살던 구세대 사람인 나를 인자는 또 한번 말없이 가르치네요. 나도 사랑하는 선생님들을 찾고 싶어요. 제게도 마음 속 깊이 사랑하고 존경하는 선생님들이 있지요.
광주여자고등학교에서 생명을 사랑해야 한다고 가르쳐 주신 김영갑 선생님, 인생의 줄을 이어줄 무언가를 가져야 한다던 정한기 선생님, 내게 그 줄이 된 그림을 지도해 주시던 오승우 선생님, 조선대학교의 임직순 선생님. 갑자기 인자 때문에 좋은 제자가 되고 싶어서 이렇게 나열해 봅니다. 좋은 제자가 좋은 선생님을 만든다는 것을 되새겨 봅니다. 또 다른 기쁨이 주어지기를 바란다면 욕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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