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정’ (Faithless) ★★★★(별5개 만점)
지금은 영화 일에서 손을 뗀 스웨덴의 거장 잉그마르 버그만(82)이 글을 쓰고 그의 작품에 여러 편 나온 노르웨이 태생의 연기파 여배우 리브 울만(61·금년도 칸영화제 심사위원장)이 감독했다.
결혼과 간통과 성의 전쟁에 관한 영화로 버그만이 과거를 통한하는 자전적 작품이다. 버그만의 애인으로 둘 사이에 딸까지 낳고 또 ‘통곡과 속삭임’ 등 그의 영화에 9편이나 주연했던 울만은 그 누구보다 버그만을 잘 알아 영화가 서로들의 실제 얘기를 하는 셈.
자신의 과거의 사랑에 관한 각본을 쓰려 하는 노각본가 버그만(얼랜드 요젭슨)의 회상이 자기가 쓸 글의 내용이 되는 식으로 짜여졌다. 버그만 앞에 배우 마리안(레나 엔드레)이 나타나 버그만과 작품에 관해 논의하면서 마리안은 그 작품의 주인공이 된다. 영화 속 영화라는 구성이다.
40세의 배우 마리안은 지적이요 정열적인 여인으로 유명 지휘자인 남편 마쿠스(토마스 한존)와 어린 딸 이사벨(미셸 길레모)과 행복하게 살고 있다.
그런데 마쿠스의 해외활동이 잦아지면서 마리안은 재미 삼아 남편의 친구이자 사생활이 복잡한 영화감독 다비드(크리스터 헨릭슨)와 바람을 피운다.
그러나 이 계획되고 연출된 간통이 깊고 뜨거운 정열과 사랑으로 변화하면서 이 간통의 관계자들은 엄청난 고통을 겪게 된다. 지적인 것과 정열적인 것을 모두 즐기는 마리안과 무모한 스타일의 다비드의 관계가 마리안의 말처럼 두 익사자들의 처지처럼 불가항력적인 것이 되면서 결국 이두 사람은 자신들뿐 아니라 마쿠스와 이사벨에게도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주게 된다. 마쿠스가 아내와 다비드의 간통 장소에 나타나면서 마쿠스는 마리안에게 이혼을 요구하고 두 사람간에 이사벨을 둘러싼 양육권 소송이 발생한다. 어른들의 사랑 놀음에 이사벨은 깊은 충격을 받게 되고 결국 모두가 정신적으로 파멸을 맞게 된다(그중 한 사람은 육체적 파멸을 맞는다).
옥의 촬영이 거의 없는 실내극 형식의 영화로 엄격한 촬영과 음악을 가급적 배제한 무성의 배경음 등이 작품의 파괴적이리 만치 강렬한 감정적 힘을 십분 뒷받침한다. 부정이 남긴 후유증들인 고독과 고뇌와 고통 그리고 소외감과 회한이 숨차게 중압감을 가해 오면서도 매우 열정적인 작품이다.
자기 과거에 대한 후회로 고통하는 요젭슨의 무언의 연기가 좋고 깊고 사나울 만치 대담한 엔드레의 연기가 겁이 날 지경이다. 지적이요 무거운 영화지만 심각한 고통 속에서 구원을 느낄 작품으로 진실의 무게를 느끼고자 하는 사람들에 권한다. 스웨덴 영화. 등급 R. Samuel Goldwyn/Fireworks. 로열(310-477-5581), 타운센터(714-751-4184), 플레이하우스(626-844-6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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