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주 마지막 해안 거주지로 보존가치가 높은 전국 유적지 리스트에 올라 있는 ‘크리스탈 코브’ 지역 해안가를 따라 40여개의 별장이 바다를 바라보며 사이좋게 자리를 잡고 있다. 별장에서 바다까지 거리는 10여미터.
별장에서 바다를 향해 귀를 기울이면 들리는 것은 새소리와 바다소리뿐. 별장에서 보이는 것은 바다에 한적하게 떠있는 돛단배와 간간이 해안가를 거니는 주민들뿐이다. 현재 이들 별장 가운데 10여개는 빈 채로 남아 있고 나머지는 주민들이 살고 있다.
이것은 개발 혹은 보존을 둘러싸고 지역주민, 캘리포니아주 공원관리국의 의견이 난마처럼 얽혀 있는 ‘크리스탈 코브’의 전경이다. 이를 놓고 양측의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어 해결의 실타래가 풀리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지역은 환경을 보존하면서 일반 서민들도 즐길 수 있도록 개발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느껴진다.
20년대에 지어진 별장들의 지붕은 너무 낡았다. 별장을 둘러싸고 있는 펜스는 무너진 채 방치되어 있고 벽과 지붕에 칠한 페인트는 벗겨져 별장들이 흉가처럼 보였다.
해안가에 버려진 낡은 의자와 장난감,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나무토막 등은 ‘크리스탈 코브’의 천혜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 곳은 공원관리국의 소유지다. 관리국은 지난 79년 12월 어바인사로부터 전장이 3.25마일에 달하고 있는 이 해안가를 3,260만달러에 사들였다. 매입의 목적은 이곳을 보존하는 한편 일반 주민들의 이용도를 높이기 위해서였다.
공원관리위원회는 82년 3월 이 곳을 개발키로 결정했으나 별장 주민들은 법원에 소송을 제기, 거주 10년 연장 허가를 받아냈다. 이들은 매월 별장 임대를 계약을 맺고 있으며 현재 한달에 750~1,300달러의 임대료를 내고 있다.
공원관리국은 96년 4월 샌프란시스코 소재 ‘크리스탈 코브 보존 파트너즈’사를 선정, 이 곳을 개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고 회사는 별장을 개축하는 등 이 곳을 레저시설을 갖춘 휴양지로 개발할 계획을 확정했다.
관리국은 2000년 11월 이 곳의 낡은 하수탱크를 걷어내고 새로운 하수구를 설치하는 한편 쓰레기를 수거하라는 샌타애나 소재 수질관리위원회의 행정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별장 주민들에게 퇴거통지를 보냈다.
그러나 별장 주민들은 이곳의 풍광이 개발에 의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이 곳의 종합적인 재건계획을 마련하지도 않고 주민들에게 먼저 퇴거를 명령하는 것은 주환경보호법에 저촉되는 것이라고 주장, 퇴거 취소를 요청하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 관리국은 최근 주민들의 거센 반대를 수용, 이곳을 휴양지로서의 개발한다는 계획을 일단 백지화하기로 결정했다.
지난주 이 곳에 위치한 친구의 별장에서 부인과 함께 휴가를 보냈던 하버드 대학 부동산학과 리처드 페이서 교수(보스턴 거주)는 "이 곳처럼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누릴 수 있는 곳이 그리 많지 않다"며 "내년에도 이 곳에서 휴가를 보낼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크리스탈 코브’는 라구나비치에서 수마일 북쪽에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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