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낭비하는 건 죄악이야." 다국적 택배회사 ‘페덱스’의 모스크바 지사장인 척놀랜드(톰 헹크스)에겐 항상 시간과 싸워 이기는 것이 지상의 과제였다.
그는 무인도에 표류해 깨닫는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무기징역과도 같은 지긋지긋한 시간 뿐이라는 사실을.
파스칼은 ‘팡세’에서 ‘인간은 던져진 존재’라고 했는데, 존재의 생존방식은 천태만상이다. 건물에서 떨어진 벽돌 하나 때문에 죽는 것이 사람이고, 1,500일간 무인도에 고립되어서도 살아 남는 것이 사람이다. 사람이란 헤아리기 어려운 존재다.
영화 ‘캐스트 어웨이(Cast Away, 표류하다)’는 표류기이다. 놀랜드는 크리스마스 이브의 달콤한 데이트를 미룬 채, 여자친구가 선물한 회중시계를 들고 회사 전용기에 오른다. 이상기류로 비행기는 추락하고 그는 어느섬에 닿게 된다.
그는 떠내려 온 화물을 뜯지 않는다. 구조될 것이란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1,500일이 지나서야 자신이 고안한 뗏목을 타고 험난한 바다와 홀로 맞서게 된다.
그를 지켜준 것은 오로지 ‘윌슨’과 애인의 사진이 들어있는 회중 시계 뿐이었다. 어느 손주에게 배달될 예정이었던 윌슨 배구공에 얼굴을 그려놓고 그는 끊임없이 말을 한다.
"안녕 윌슨" "뭐라고 밧줄이 더 필요하다고?" 윌슨은 현실의 친구였으며, 회중시계는 ‘돌아갈 집’에 대한 희망의 상징이었다.
놀랜드는 하루 종일 바위에 던져도 코코넛 열매는 끄덕 없으며, 아무리 마른 나무를 비벼봐야 불을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무진장한 시간과 고독속에 어떻게 자연에서 살아 남는가를 체득해 놀랜드의 과정은 영화를 보는 관객 가슴에 그대로 전달된다.
무인도 체험 끝에 나온 윌리엄 브로일즈 주니어의 현실적인 시나리오와 ‘포레스트 검프’를 만들었던 로버트 저메키스의 사실적인 연출력, 톰 헹크스의 연기는 멋진 ‘인간 드라마’ 한편을 탄생시켰다.
영화는 후반부 집으로 돌아온 그가 겪는 쓸쓸함을 담아냄으로써, 할리우드식 영웅을 만들지 않은 점도 다행스럽다. 2시간 20분이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빠삐용’이나 ‘쇼생크 탈출’을 기억에 남는 영화로 꼽는 사람들에게 잘 어울리는 영화이다.
원제 : Cast Away
감독 : 로버트 저메키스
출연 : 톰 헹크스, 헬렌 헌트
분류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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