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영웅은 한곳에서 공존하기 어려운 것인가.
LA 레이커스의 양대 수퍼스타 샤킬 오닐과 코비 브라이언트의 갈등이 표면으로 노출되며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ESPN 매거진이 최신호에서 NBA 챔피언 레이커스의 두 기둥 오닐과 브라이언트의 불편한 관계를 집중 조명, 그동안 레이커스 내부적에서 꿈틀거리던 문제가 대외적으로 불거져 나왔다. LA타임스는 10일자에서 필 잭슨감독이 약 두달전 브라이언트를 불러들여 "다른 팀으로 가기를 원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으며 이 사실은 제너럴 매니저 미치 컵첵도 알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브라이언트는 당시 잭슨에게 레이커스에 계속 남고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9일 기자의 질문에도 같은 의사를 재확인했다. 레이커스 수뇌부는 두 수퍼스타가 팀을 떠나는 일은 절대 없다는 것을 공언하고 나섰다. 하지만 오닐과 브라이언트 환상콤비의 공조체제가 삐그덕거리는 사실은 아무도 부인하지 않고 있다.
ESPN 매거진의 기사를 짧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잭슨 감독은 브라이언트에게 개인 드리블 돌파를 자제하고 볼을 골밑의 오닐에 집중 투입, 트라이앵글 오펜스의 기본인 인사이드-아웃사이드 게임을 살릴 것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브라이언트는 자신의 플레이가 갈수록 향상되고 있는데 이를 죽이라고 요구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반발했다. 오히려 이 대화가 오간 뒤 다음 5게임에서 브라이언트의 게임당 야투수는 평균 10개가 증가했으며 브라이언트는 이 5게임에서 매경기 최소 31득점이상의 맹위를 떨치며 단숨에 리그 득점랭킹 1위로 점프했다.
한편 오닐은 브라이언트의 부상으로 인해 자신의 입지가 위축되는데 대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지만 공개적으로 브라이언트와 다퉈봐야 자기만 손해라는 사실도 인식하고 있다. 브라이언트가 볼을 패스해 주지 않으면 자기 위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입장이고 여론도 좋을 것이 없기 때문. 하지만 불만이 쌓이면서 오닐은 경기중 플레이에 지난해같은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디펜스쪽에서는 거의 힘을 보태지 않고 있다. 오닐은 "배부른 개는 집을 잘 지키지만 배고프다면 아무나 들어올 수 있다. 현재 나는 형식적인 빅맨에 불과하다. 그것은 나의 게임이 아니다"라고 말해 수비에서 나타나는 소극적인 모습이 자신의 역할축소에 따른 불만에 원인이 있음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하지만 브라이언트도 할 말이 있다. 특히 종반 승부의 고비에서 오닐에게 볼을 넘길 경우 상대의 반칙으로 자유투를 얻게 되는데 오닐의 엉망인 자유투 실력 때문에 차라리 자기 손에서 문제를 해결하는게 속 편하다는 주장이다.
사실 레이커스의 문제는 게임당 101.2득점으로 랭킹 1위를 달리는 오펜스가 아니라 디펜스다. 실점랭킹이 지난해 6위에서 22위로 곤두박질쳤고 상대야투저지율도 1위에서 15위로 추락했다. 이같은 디펜스 난조의 주범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브라이언트와 오닐. 브라이언트의 성급한 롱샷은 상대의 속공을 유발시키며 오닐의 나태한 수비자세는 상대의 골밑공략을 손쉽게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오닐은 "내 수비를 원한다면 공격기회도 달라. 나는 수비만 하는 1차원적 선수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볼을 쥔 브라이언트의 반응은 한마디로 "No"이다. 문제는 레이커스가 샤킬의 팀인지, 아니면 코비의 팀인지가 불명확하다는 사실. 두 영웅이 타협해 리더 단일화를 이루고 공존의 길을 찾지 못하는 한 레이커스의 앞길은 험난하기 짝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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