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면 NFL 수퍼보울 쟁탈전의 추억은 늘 손해를 본다. 정규리그 경기를 막 끝낸 새 시즌이 곧 들이닥칠 1월의 승부(플레이오프 및 수퍼보울) 열기로 벌겋게 달아오르는 판에 지나간 1월의 승부를 뒤적이는 게 여간 아득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올해 1월30일 벌어진 제34회 수퍼보울 쟁탈을 위한 공방의 함성은 아직도 쟁쟁하다. 무수한 걸림돌을 헤치고 세인트루이스 램스와 테네시 타이탄스 두 팀만 살아남아 애틀랜타 풋볼필드에서 마주친 최후의 승부. 초반 분위기는 인간승리 쿼터백 커트 워너(28)의 송곳 패스로 차곡차곡 점수쌓기에 나선 램스의 싱거운 승리로 가는 듯했다.
그러나 승리의 여신은 5개월동안 한장한장 넘겨온 NFL 열국지의 마지막 페이지를 그렇게 덮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을까. 타이탄스의 성난 파도같은 반격이 이어지는가 싶더니 거리는 금세 좁혀지고 승부의 향방은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안개속. 혼신의 힘을 다 쏟은 램스의 뿌리치기로 점수는 다시 벌어져 23대16. 그러나 터치다운에 이은 킥 한방이면 같아지는 정조준 사정거리.
경기종료 6초전 타이탄스가 터치다운고지 10야드 앞까지 밀고 나갔을 때만 해도, 쿼터백의 손을 떠난 볼이 고지 문턱으로 파고들던 리시버 케빈 다이슨의 손에 걸린 순간만 해도, 타이탄스의 기적은 99.99% 현실이었다.
하지만 과녁을 향해 몸을 날리는 다이슨을 무참하게 덮쳐버린 ‘괴물’이 있었다. 램스의 라인배커 마이크 존스의 태클. 물론 그는 램스에겐 수호신이었다.
1야드.
타이탄스는 가위눌린 다이슨이 팔이 찢어져라 내뻗어도 1야드가 모자란 탓에 눈물을 흘려야 했고 램스는 바로 그 1야드덕분에 새 천년 첫 해 수퍼보울 챔피언에 오르는 기쁨을 만끽했다. 한달쯤 뒤 벌어질 제35회 수퍼보울 쟁탈전에서는 또 무슨 드라마가 펼쳐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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