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겨울이지만 날씨가 화창한 것이 고객들이 몰려들 것 같은 예감이다. 16일에 찾아간 ‘오렌지카운티 마켓 플레이스’의 벤더(vendor)들은 어둠이 걷히고 따뜻한 햇살이 내려 쪼이기 시작하자 ‘오늘은 장사가 잘 될 것 같다’는 기대감으로 충만했다.
마켓 플레이스는 야외 스왑밋이기 때문에, 이 날은 화창한 날씨 덕분에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활어가 움직이는 듯한 생동감을 느낄 수 있었다. 벤더들의 입장에서는 대형 샤핑몰과의 경쟁에 밀려 마켓 플레이스가 사양화의 길을 걷고 있다는 기분이야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고객들은 소박함과 자유로움과 진지한 삶의 열기를 피부로 느끼며 한가롭게 벤더들 사이를 왕래하고 있다.
벤더들의 취급 품목은 전등, 티셔츠에서부터 가구에 이르기까지 열거할 수 없을 정도. 그도 그럴 것이 이 곳은 캘리포니아주에서 가장 큰 야외 스왑밋의 하나로 50명이 넘는 한인들을 포함, 벤더들만 1,000여명에 가깝다.
이들은 어둠이 걷히기 전 도착, 고객들을 맞을 채비를 마쳤다. 오렌지카운티에서만 20년 넘게 살아 이름만 대면 모르는 한인들이 없을 정도라 체면이 서지 않는다며 끝내 이름 밝히기를 거부한 60대 한인은 이 곳에서만 18년 동안 선글라스를 판매, 이곳 사정에 훤했다.
이 한인은 "대형 샤핑몰에 고객을 빼앗겨 장사가 해가 갈수록 못한 것은 사실이다. 매상이 수년 전에 비해 30% 정도 줄었다."며 "7년 전만 해도 고객들 대다수가 백인이었으나 최근에는 고객들이 다양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객들의 다양화 추세와 발맞추어 벤더들의 얼굴도 많이 바뀌었다. 이 곳에서 팔고 있는 선글라스 가격은 7달러. 이 한인은 "선글라스는 겨울이 비수기라 요즘은 많이 팔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한인은 400달러 정도 팔았다.
티셔츠, 양말, 선글라스는 대형 샤핑몰보다는 스왑밋이 싼 것으로 알려졌다. 입구에서 양말을 팔고 있던 존 이(50)씨의 매장 넓이는 기껏해야 800스퀘어피트 미만. 이씨는 10일 장사하는 대가로 7,300달러의 임대료를 내며 장소가 좋기 때문에 매달 자리가 입찰에 부쳐진다고 했다. 이씨는 "하루 매상이 3,000달러를 넘어야 수지가 맞는다"며 "11월에는 날씨가 좋아 장사가 잘됐다"고 말했다. 양말은 50%가 한국산. 이씨는 "유명 표는 아니지만 품질은 괜찮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일일평균 1만2,000여명. 5세된 딸과 함께 이 곳을 찾은 30대 백인 여성 라첼 루세르노(몬트레이팍 거주)는 "한 달에 평균 두 번 정도 이 곳을 찾는다"며 "취급 품목이 다양하고 독특하기 때문에 이 곳을 찾는 일이 즐겁다"고 말했다.
토·일요일 주말에만 장이 서는 마켓 플레이스는 코스타메사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이번 주만은 예외적으로 목요일인 21일부터 영업한다. 크리스마스 연휴 대목을 앞두고 벤더들은 결전의 의지를 다지는 한편 날씨만 좋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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