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신 할머니의 나눔의 손길이 이웃과 함께 하는 계절, 연말을 맞아 오렌지카운티 한인사회를 따뜻하게 감싸고 있다. 80세를 바라보는 이정지(79, 가든그로브 거주) 할머니가 손수 하늘색, 미색, 개나리색 등 다양한 색깔의 털실로 짜 이웃들에게 전해주는 덧신이 싣는 사람의 발만 따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마저 훈훈하게 녹여주고 있다.
86년 미국에 온 할머니는 일년 내내 시간만 나면 덧신을 짠다.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관광버스를 타고 여행을 떠나는 도중에도, 집에서 한가롭게 텔리비전을 시청하는 동안에도, 병원에서 진료 받기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할머니의 손에는 털실이 떠나지 않았다.
할머니는 그렇게 짠 덧신을 같은 노인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이웃, 양로병원에 머물고 있는 노인, 같은 교회에 다니고 있는 교인, 잠자리가 없어 거리에서 잠을 자는 무숙자들에게 전해 주었다. 덧신뿐만 아니라 스웨터, 조끼도 만들어 나누어주었다.
할머니가 덧신을 이웃에게 전해 주기 시작한 것은 10년도 훨씬 넘었다.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5년쯤 됐다. 지금까지 이웃에게 전해준 덧신은 1,000켤레 아니 정확한 숫자를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많다. 덧신을 한 켤레 짜는데 대략 2시간 정도 걸렸다니 할머니의 정성이 대단하다.
할머니는 "시력도 정상이고 건강도 괜찮아 덧신 짜는 일이 아직까지는 힘에 부치지 않는다"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덧신 짜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할머니는 "우연히 몇 년 만에 만나 기억이 가물가물한 사람이 ‘주신 덧신을 잘 신었습니다’고 반갑게 인사를 할 때면 마음이 흐뭇해진다"며 수줍게 얼굴을 붉혔다. 한국에서 편물학원을 운영, 뜨개질 솜씨가 내로라 하는 수준인 할머니는 넉넉하지 않는 용돈을 모아 털실을 구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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