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장암, 백내장 당뇨에 두다리 잃은 60대 춘 최씨
그는 아주 오랜 세월 병마에 시달려 왔다. 그러나 그는 자신과 같은 힘겨운 삶도 있음을 이해하고, 인생의 길을 걷는 동안 참기 힘든 고난이 찾아와도 이를 이겨내길 바란다는 말을 한인들에게 전했다. 고통스런 삶 속에서도 해맑은 모습을 잃지 않은 그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강한 정신력의 소유자로 이웃을 향해 따뜻한 마음을 갖고 살아가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는 당뇨병 합병증세로 최근 두 다리마저 절단해야 했던 한인 춘 최(60, 하와이안가든 거주)씨다. 최씨가 겪었던 병력을 일일이 소개하는 것은 쉽지 않다. 최씨에게 처음 찾아온 병은 중풍. 다음에는 반갑지 않은 당뇨병이 최씨를 엄습했고 이와 함께 최씨는 결장암, 백내장 등으로 병원 수술대에 올랐다. 지난 5월에는 두 다리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으니 그동안 최씨가 겪었던 육체적인 고통은 이루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한국에서 페인트 재료상을 운영했던 최씨는 고객들이 물품대금을 지불하지 않아 업소가 부도가 나면서 삶의 고통을 겪기 시작했다. 이때 겪었던 경제적, 정신적인 고통이 중풍의 직접적인 원인. 당시 43세. 추풍령에서 투병생활을 하는 동안 당뇨병마저 최씨를 찾아 들었다. 생활이 곤궁해지자 최씨는 92년 부인과 두 딸(당시 6세, 4세)과 함께 부인의 취업이민으로 미국에 건너왔다.
가정경제를 책임지는 일은 물론 부인의 몫. 부인은 식당에서 파트타임으로 일을 해 생계를 꾸려갔다.
심신이 약했던 최씨는 96년 집에 혼자 있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3시만에 가족들에 의해 발견돼 병원에 급송, 치료를 받았으나 신장기능이 약해졌고 결장암 세포가 몸에 퍼지고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됐다. 생활이 어려워 당뇨병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은 결과다. 결장암을 치료하는 동안 신장기능은 완전히 망가졌다.
이러한 어려운 삶 속에서도 최씨는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가장 큰 기쁨은 두 딸이 밝게 건전하게 성장한 것. 칼스테이트 롱비치 대학에서 방사선학과 생물학을 각각 전공하고 있는 두 딸은 아버지의 병수발을 위해 수업시간을 조절하기도 했다. 아버지는 이들이 중·고교에 다닐 때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아침, 저녁으로 걸어서 학교로 데려다 주고 데려오면서 삶의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이같은 대화가 자녀들이 빗나가지 않고 바르게 성장한 밑바탕을 이루고 있다.
최씨는 "병마에 싸우는 동안 주변 사람들로부터 너무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남은 여생에 남을 도울 수 있어 조금이나마 이들에 대한 마음의 빚을 덜 수만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국에 정착, 식당에서 파트타임으로 근무, 한 달에 700달러를 벌어들여 생계를 꾸려 나가면서도 남편을 향해 불평 한마디 입에 담아본 적이 없는 부인은 "자녀들이 공부를 마치고 학교에서 배운 것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으며 좋겠다"며 "다만 남편이 딸들이 출가할 때까지 살아 이들의 정신적인 후원자 역할을 다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씨의 정신은 맑다. 신체적으로는 왼손만 움직일 수 있다. 최근 들어 이 손으로 성경 쓰기를 하고 있다. 한번은 완성, 현재 다니고 있는 교회에 기증했고 두번째 성경 쓰기를 시작했다.
최씨는 "나의 삶이 어떠한 드라마보다 극적이지 않느냐. 한인들이 어떠한 난관에도 만나도 용기를 잃지 말고 살아가길 바란다"며 한인들에게 성탄 메시지를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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