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카운티 애나하임에 거주하고 있는 딸 부자 한인 정대영, 헬렌 정 부부는 둘째딸 아이린이 경찰관이 되겠다고 말했을 때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여자로서 때로는 위험하고 힘든 경찰관 임무를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아이린도 교사인 큰딸, 의사 지망생인 셋째딸(UCLA 의과대학 재학), 변호사 지망생인 넷째딸(UC버클리 법과대학 재학)처럼 순탄한 직업을 갖기를 바랐다.
아이린은 어릴 때부터 친구들의 리더였으며 활동적이었고 텔리비전에서 수사물을 시청하는 것을 유난히 좋아했다.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경찰관이 되는 꿈을 키워 왔다. 아이린은 지난 7월 꿈을 이뤘다. 헌팅턴비치 소재 경찰학교에서 6개월에 걸친 고된 훈련을 무사히 마침으로써 마침내 몸에 어울리는 경찰제복을 입었다. 현재는 카운티 브레아 경찰국 소속 순찰경찰관. 경찰국 전체 120여명의 경찰관 가운데 유일한 아시안이다.
아이린은 다른 모든 경찰관들처럼 남을 돕는 일을 한다는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아이린의 경찰 지망은 남을 위한 봉사뿐만 아니라 단조로운 일상에서의 탈피가 또다른 동기였다.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야 하는 그래픽 디자이너의 길을 포기하고 경찰관이 된 것도 그 때문이다.
"경찰학교에서 훈련을 받을 때 조금 힘들기는 했지만 경찰 업무가 단조롭지 않아 일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다" 신참 경찰관 이어서일까 아이린은 인터뷰를 하는 동안 "재미있다"는 말을 서너번이나 했다. 사격, 체력단련에서 순찰에 이르기까지 모든 일이 재미있단다.
아이린은 "사건이 발생하면 바쁘게 일을 할 수 있으니까 좋고 사건이 일어나지 않으면 도시가 범죄로부터 안전한 것을 의미하니 좋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솔직하고 담백한 성격을 그대로 보여준다.
아이린의 근무시간은 월요일부터 목요일,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서장으로부터 순찰업무에 대한 브리핑을 듣고 나면 혼자서 경찰차(포드 크라운 빅토리아)를 몰고 거리 순찰에 나선다. 경찰국이 관할하고 있는 브레아와 요바린다는 범죄가 적은 중산층 거주 지역이어서 강력범과 대치한 적은 아직 없지만 마약사범, 가정 폭력범을 체포하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아이린은 "경찰관의 힘든 업무를 이해하고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들에게 경찰은 아주 보람된 직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린은 앞으로 수사관 업무를 하고 싶어한다. 연방수사국(FBI)에서 일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부모, 조부모와 함께 생활한 덕분에 한국말도 잘하는 아이린은 오늘(12월1일) 24번째 생일을 맞았다. 애나하임에서 자동차 정비업소(애틀래스 트랜스미션)를 운영하고 있는 아버지 정씨는 "딸의 대한 걱정은 쓸데없는 것이었다. 이제는 (아이린이) 자랑스럽기만 하다"며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관심으로 딸의 생일을 축하했다. 아이린은 포모나 근처에 위치한 라번 대학에서 범죄학을 전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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