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정폭력 10년새 거의 5배
▶ 98년 3,191명 체포... 89년 1,087명
지난달 30대 한인 여성(애나하임 거주)은 남편의 시도 때도 없는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생후 6개월부터 7세까지 5명의 자녀를 데리고 북가주로 피신했다. 남편은 이틀 후 북가주까지 쫓아가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한 호텔에 머물고 있던 부인을 구타, 호텔 종업원들의 신고를 받고 달려온 경찰관들에 의해 체포됐다. 의처증을 보였던 남편은 지난 수년 동안 부인을 구타해 왔으나 부인은 경찰에 신고하면 남편이 교도소에 수감될 것을 걱정, 이를 참고 견디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렌지카운티 가정폭력이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98년 카운티에서 가정폭력 혐의로 경찰 당국에 체포된 사람은 3,191명에 달하고 있다. 이는 전년대비 372명이 감소한 수치나 10년 전과 비교, 5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캘리포니아주 검찰청에 따르면 카운티에서 자녀, 부인 혹은 애인을 폭행, 경찰 당국에 체포된 사람은 89년 1,087명으로 처음 1,000명을 넘어섰다. 94년에는 2,496명으로 2,000명을 돌파한 데 이어 96년에는 3,131명을 기록, 카운티에서 가정폭력이 기승을 부리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88년부터 97년까지 한해도 거르지 않고 가정에서 폭력을 휘두른 혐의로 체포된 사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계자들은 이처럼 가정폭력으로 체포되는 사람들이 증가한 것은 폭력에 대처하는 경찰 당국의 태도변화, 이를 바라보는 피해자들의 의식전환이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든그로브 소재 오렌지카운티 가정상담소 김선영 소장은 "가정에서 폭력을 보고 성장한 자녀들이 성인이 돼 폭력을 휘두를 가능성이 높다"며 "남녀노소 구별할 것 없이 인간의 존엄성을 가르치는 교육이 가정폭력을 줄이는 선결 과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대받는 여성과 자녀들을 돌보아주고 있는 터스틴 소재 한인운영 푸른 초장의 집에도 남편의 폭력을 호소하는 한인 여성들의 전화가 매월 평균 20통은 넘는다. 이들의 경우는 대개 남편의 폭력수준이 도를 넘어선 것이어서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한인 여성 및 자녀들이 상당히 많을 것임을 암시한다.
상담원인 킴벌리 노씨는 "한인 남성들은 자녀 혹은 부인을 자신들의 소유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남편에게 매를 맞는 여성들은 혼자서 이를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에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발전한다. 참는 것으로 위기를 넘길 것이 아니라 폭력 남편들의 태도를 바꾸기 위해 폭력에 도전하는 의식 전환이 여성들에게 요구된다"고 말했다.
카운티에서 가정폭력이 만연,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한 관·민합동 대책마련도 다각화되고 있다.
카운티 소재 여성보호소 관계자들은 여성들이 폭력의 사슬에서 벗어나는 것을 돕기 위한 클래스를 마련,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카운티 남부 수피리어 법원 파멜라 일즈 판사는 가정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고안, 시행하고 있다. 샌타애나시에서는 가정폭력 긴급구조 프로그램을 시작했는데 이는 경찰관과 민간인 자원봉사자가 한 조를 이뤄 폭력을 신고한 가정에 즉각 달려가 도움을 주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일즈 판사는 폭력이 난무하는 가정에 평화를 되찾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초기에 개입하는 것이 가정폭력의 과격화를 막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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