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에 나온 전지현의 모습이 허상에 가까운 것이라는 것을 이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녀는 아직 어리고 순진하며 의도적인 관능미를 만들어 낼 만큼 능란하지 못하다. 늘씬한 키에 긴 다리를 갖고 있긴 하지만 초식동물처럼 여리고 풋풋한 내음을 풍긴다.
편지를 통한 사랑을 그린 고전적이고도 수채화 같은 영화의 주인공답게 화장기 없는 그녀의 얼굴은 맑고 자연스럽다.
그녀는 결코 완벽한 미인도 아니며 뇌쇄적인 매력의 소유자도 아니다. 편안하고 부드러우며 청순한 아름다움을 가졌을 뿐이다. 이 점이 영화의 시정과 오히려 잘 어울린다. 둥근 윤곽에서 느껴지는 귀여움은 그녀를 소녀처럼 보이게 하고 둥글고 긴 눈매가 천진스러움을 더한다. 어디에도 가시가 없어 보이는, 마냥 순하고 깨끗한 마스크인 것이다.
그녀는 남방계 미인형이다. 둥근 윤곽에 높지 않은 콧날, 풍부한 입매 등이 밝고 낙천적인 느낌을 준다. 그래서 그녀의 매력은 측면보다는 정면에서 더 잘 드러난다. 예각적인 얼굴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혜수가 그렇듯이 전지현도 악녀나 요염한 캐릭터와는 거리가 있다.
아직은 소녀 같은 분위기가 감돌지만 앞으로 성숙해지면 건강한 밝은 관능미를 풍기는 여자로 될 수 있을 것이다. CF에서의 과장된 섹스어필과는 다른 매력으로써 말이다.
영화 속의 그녀는 가녀리진 않지만 해맑은 모습으로 외로운 사랑을 그려낸다. 그것은 계산된 연기라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그녀를 보여주는 것 같다. 뽀얗게 웃는 얼굴이나 말갛게 쳐다보는 눈길들이 그냥 속에서 배어나오는 느낌이다.
그래서 그녀의 사랑도 더 순수해 보인다. 영화 속에서 그녀가 입고 나온 하얀 털스웨터처럼 전지현의 원래 모습은 귀여움이지 관능미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남궁설민(파티마 의원장, 성형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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