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영화
▶ ‘투명인간’(Hollow Man)
★★½(별5개 만점)
제목처럼 텅빈 영화로 특히 극본 실력이 F다. H.G. 웰즈의 공상과학 소설 ‘투명인간’과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의 이야기의 골격을 몇개 채취, 얼기설기 엮어놓은 뒤 거기에다 특수효과를 하수 버리듯 쏟아 부었다.
공상 과학영화라고 하기엔 지적으로 너무나 저능한 영화로 싸구려 액션폭력 영화에 지나지 않는다. 홀랜드에서 활동할 때는 좋은 영화들(‘오렌지 병사들’ ‘스페터스’ ‘제4의 사나이’)을 많이 만들었으나 할리웃으로 와서는 말초신경을 자극시키는 ‘원초적 본능’과 ‘쇼걸즈’같은 영화 아니면 무지막지한 액션영화들인 ‘로보캅’과 ‘스타쉽 트루퍼스’ 등을 만든 폴 베어호벤에게서 무얼 기대하겠는가. 그런데 이번 영화는 그의 영화 중에서도 아주 최하품에 속하는 것이다.
소설 ‘투명인간’은 1933년 제임스 웨일즈 감독(그의 이야기는 ‘신들과 괴물들’이라는 영화로 제작된 바 있다)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클로드 레인즈(‘카사블랑카’에서 프랑스 경찰역)의 데뷔작인 이 영화와 베어호벤의 작품을 비교해 보면 그 내용의 깊이나 예술성에서 얼마나 현격한 차이가 나는지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천재적이나 오만한 젊은 과학자 세바스티안(케빈 베이컨)은 미 국방부의 비밀 계획의 하나인 생물을 투명하게 만드는 혈청제조에 성공한다. 동물실험에 성공한 세바스티안은 국방부의 지시를 무시하고 자기 몸에 혈청을 투입, 투명인간이 되는데 문제는 그가 다시 자기 본래의 모습을 찾을 수가 없게 된 것. 고릴라 실험에서는 성공했는데 왜 인간실험에서는 실패했는지는 나도 모르겠는데 제딴에는 ‘자연의 섭리를 건드리지 마라’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싶었나 보다.
지하실험실에서 꼼짝도 못하고 갇혀 있던 세바스티안은 어느 날 밤 얼굴에 고무 마스크를 쓰고 외출하면서 투명인간의 신적 능력을 맛본다(한다는 짓이 여자를 겁탈하는 것이지만). 정상적인 인간이 될 수 없다는 좌절감과 분노 그리고 혈청의 화학작용에 의해 세바스티안은 성격이 포악해지면서 자신의 행패를 저지하려는 동료 과학자요 전 애인인 린다(엘리자베스 슈)를 비롯해 나머지 팀 메이트들에 대한 살육행각에 나선다.
투명인간이 된 세바스티안을 밖으로 풀어놨더라면 재미있는 얘기를 만들 수 있었을 터인데 영화는 거의 시종일관 지하실험실에서의 살인과 폭파와 도주와 추격 그리고 끔직한 폭력과 비명으로 메워진다. 참 한심한 아이디어다. 컴퓨터 특수효과가 인간들보다 더 잘난 영화인지라 연기에 대해서는 언급할 필요가 없다. 등급 R. Columbia. 전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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