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인 5명중 1명 꼴, 심리적-유전적 이유 연구중
’광’ 소리를 들을 정도로 골프나, 낚시나, 바둑 같은 취미생활에 열중하는 사람은 누구나 주위에서 한두명은 보겠지만 미국 사람중 이처럼 취미에 집착하는 사람은 다섯명중 한명 꼴로 많다. 아이를 낳고 퇴원한 날 르네상스 음악 연주회에 출연하는 아마추어 음악가, 오후에는 바위를 타려고 법정에는 아침에만 나가는 변호사,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말을 타고 11시간 근무를 시작하는 대기업 부사장 같은 사람들이 바로 그런 종류다.
시간이 날때마다, 때로는 꿈속에서까지 더 잘하고 더 어려운 목표를 성취하려면 24시간이 모자라 시간을 쥐어짜며 사는 이들에 대해 배우자나 부모, 이웃사람들의 고개를 내젓는다. 다른 이들로부터 경탄내지는 미쳤다고 손가락질을 받는 이들의 열정이 왜 이처럼 남다른지에 대해 과학자들은 아직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진지하게 연구는 진행되고 있다. 그중 한편에서는 이런 사람들은 자극, 자율성, 의미, 소속감에 굶주려 그렇게 헌신한다며 복잡한 심리적 요인을 캐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들이 그렇게 집착하고 위험을 감수하면서 만족감을 얻으려는데는 유전적 이유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유야 어쨌건 그 비밀이 밝혀진다면 앞으로 이용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예를 들어 아이들이 학교 공부도 비디오게임만큼 재미있게 하도록 할 수 있는 것이다.
스트레스 완화 정도가 아니라 시간과 돈, 가족 및 인간관계까지 희생시켜가며 몰두하는 취미생활에 ‘심각한 여가(serious leisure)’라는 이름을 붙인 칼가리대학의 로버트 스테빈스 교수는 이 심각한 여가활동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을 잊고 개인적으로 성장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한다.
트리샤 조던(55)은 14~17세기 작곡가들이 당대 악기용으로 작곡한 음악들을 연주하면 완전히 몰두해 무아경에 빠진다. 서로 다른 르네상스 그룹들과 일주일에 5번 연주하는 그녀는 시간이 없어 하루에 4시간 자기도 바쁘다. 4살부터 피아노를 쳤고 UCLA에서 음악을 전공했지만 조던이 르네상스 음악에 처음 접한 것은 아이를 낳고 간염으로 입원해있던 때였다. 곧 하루에 4~6시간씩 연습을 하다 2년쯤 지난 다음에는 둘째 아이를 낳고 병원서 퇴원한 그날로 연주무대에 설 정도가 됐다. 음악 때문에 남편과도 불화가 깊어져 결국 르네상스 음악을 들은지 18개월만에 이혼했지만 전혀 후회가 없다. 자유시간도 거의 없고 사교활동이라야 온통 음악 그룹뿐이다.
LA의 고교교사 덕 루이(51)는 몇 년전 우연히 도자기 만들기를 배운 이후 완전히 빠져들었다. 흙을 만지고 있으면 바깥 세상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완전히 몰입한다는 것.
변호사인 윌리엄 크로거도 산꼭대기까지 자전거를 끌고 올라갔다가 시속 40마일의 고속으로 내려오는 위험한 스포츠에 빠져 지내다가 4년전부터는 바위타기를 하고 있다. 그도 바위 앞에 서면 오직 바위뿐 다른 것은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이처럼 특정 활동에 특별한 정열을 갖게 되는데는 유전적 근거가 있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20년 넘게 알콜중독의 유전적 근거에 관해 연구해온 UCLA 정신과 및 생체행동과학 교수인 어니스트 노벨 박사는 최근 번지 점핑이나 바위 타기 같은 위험한 일을 하며 희열을 맛보는 청소년들에 관해서도 연구하면서 둘사이에 유사점을 발견했다.
알콜중독에 DRD2라는 유전자가 관련된 것처럼 스릴을 추구하는 아이들은 DRD2와 DRD4라는 두가지 유전자의 결합으로, 위험한 행동을 해서 쾌락반응을 일으키는 ‘도파민’이라는 화학물질을 보통 사람보다 더 많이 분비시킬 필요를 가진 이들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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