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기타 가수 윤설하(38).
스스로를 ‘언더그라운드 싱어’라고 부르는 윤설하씨는 미국 생활이 낯설기만 하다.
그가 미국에 발을 디딘지는 벌써 2년이 넘지만, 70년대 한국 대중음악을 이끌었던 통기타 문화의 마지막 보루라는 자부심도 지금은 혼돈스럽기만 하다.
송창식, 윤형주에 이은 김민기, 윤동주시대를 이어가며 최 전성기를 이루던 한국의 통기타 문화가 쇠퇴기에 접어들었다는 씁쓸한 느낌. 이제는 선배들의 옛 명성만 남았을뿐 아무도 통기타 문화에 눈길을 주려하지 않는다.
80년대말 ‘김창환과 꾸러기’의 일원으로 가요계에 데뷔했던 윤설하씨는 91년 외국 팝송에 노랫말을 붙인 ‘벙어리 바이얼린’이란 음반으로 라디오방송 차트 2위까지 오르며 최고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랩이다, 힙합이다, 소위 신세대 음악에 밀려 세인들의 뒷전으로 밀려나는 한국 가요계의 현실을 뼈저리게 체험하면서도 그는 한 번도 통기타를 버린적이 없다.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에 통기타와 하모니카를 연주하는 윤씨는 통기타 문화야 말로 이시대의 마지막 양심이란 자부심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그의 미국행은 통기타의 원조격인 미국의 포크송 수업을 위해서다. 요즘 재즈 음악에 심취한 윤씨는 가끔씩 한인타운 행사에 초대돼 추억을 되살리는 옛 노래를 불러주곤 한다.
"미국에 사는 한인들의 정서가 지나치게 메마른 것 같다"는 윤설하씨는 "내 노래를 통해 옛 추억을 되살리며 정서를 되찾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형부인 통기타 듀엣 ‘논두렁 밭두렁’의 김은광씨의 영향을 받아 고교 시절부터 기타를 품에 안고 살아왔던 그는 "통기타 문화는 삶의 경험에서 우러나는 가슴 깊은 인간의 소리"라며 미국에 온 이유도 "삶의 경험 축적"을 위한 일종의 ‘방랑기’ 때문이란다.
얼마전 교통위반 티켓을 받고도 벌금을 내는 대신 미국의 구석까지 경험하겠다는 각오로 커뮤니티 봉사형을 자처하며 자선단체인 ‘굿윌’서 옷 정리와 청소일 하기도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LA 구세군 교회에 나와 봉사도 하고 음악공부도 하는 윤설하씨는 잡념이 생길때면 굵직한 목소리로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른다.
통기타와 결혼했다는 그는 "이제는 기독교적 사랑을 전달하는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말했다. (213)480-6679.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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