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북서부에서도 맨 끝, 북극 지방의 얼어붙은 툰드라 위로 비행을 하다보면 갑자기 현대식 공장 단지가 수평선 위로 나타난다. 불이 환한 비행장 이외에도 6개의 대형 위성접시, 작은 도시 하나에 충분히 전력을 공급할만한 발전시설, 1년치 연료와 상수 및 하루 처리장, 375명을 수용할 기숙시설이 자리잡은 이 단지로 진입하는 20마일 거리의 개인 도로에는 늑대와 곰, 순록 뿐만 아니라 총을 휘두르는 경비원들이 지키고 있다.
그 단지의 중심인 5층건물은 접근이 단단히 통제되어 있다. 매그네틱 패스와 X 레이 기계, 이중 출입문에 무작위 몸수색까지 하는 이 건물 안에서는 매일 90만톤의 원석이 처리되지만 공정이 자동화되어 있기 때문에 필요 인력은 20명도 안된다. 그중에서도 최종제품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사람은 손가락을 꼽을 정도다.
이쯤되면 최신판 제임스 본드 영화 촬영장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이곳은 최신 다이아몬드 광산이다. 캐나다의 극지방에 앞으로 3~4년 사이에 서너개가 더 들어설 다이아몬드 광산은 거의 20억달러가 투자된 사업으로 이 가난하고 헐벗은 땅을 세계 최대의 고급 다이아몬드 생산지중 하나로 바꿔놓을 뿐만 아니라 런던 ‘드비어스’사의 지난 백여년에 걸친 세계 다이아몬드시장 지배를 완화시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실 캐나다의 다이아몬드 시장 진입은 그보다 더 시의적절할 수가 없었다. 아시아 경제 위기로 가격이 떨어졌던 다이아몬드 원석 가격이 작년부터 다시 올라갔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 민감한 서방 각국 정부 및 업계는 벌써부터 시에라리온, 앙골라 및 콩고 민란 자금줄로 이용되고 있는 소위 ‘블러드 다이아몬드’ 대신 깨끗한 캐나다산 다이아몬드를 구입하기 시작했다.
이런 기회는 지역 지도자들도 놓치지 않으려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천연자원을 이용해 캐나다 북서부지역의 상업 및 정치 중심지인 인구 1만8000명의 옐로우나이프를 다이아몬드 가공 센터로 개발하는 일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발허가를 얻는 대신으로 광산업자들은 캐낸 원석의 최소한 10%를 이 지역 가공회사에 팔기로 합의했으며 정부의 융자와 훈련기금에 힘입어 이미 2개 회사가 운영되고 있으며 곧 세 번째 회사가 문을 연다.
캐나다의 다이아몬드 러시는 지난 1991년에 시작됐다. 캐나다 지질학자 두명이 수천개의 북극 호수중 하나의 밑바닥에 깔린 부드러운 킴벌라이트 바위 속에 다이아몬드가 많이 있다는 증거를 발견한 것.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일확천금을 노리고 이리로 몰려든 가운데 두 학자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철강 및 광산, 에너지회사인 브로큰 힐 프로프라이어티사와 함께 96만에이커에 달하는 킴벌라이트 줄기를 선점, 1997년부터 ‘에카티’라는 이름의 광산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자재와 인력, 장비를 겨울동안 육-해-공로로 날라다가 여름이 되면 호수의 물을 전부 빼고 바닥의 킴벌라이트 바위를 긁어 날라다 가공하는 것으로 자동 가공공장에 들어간 킴벌라이트는 고압 분쇄기를 거쳐 나오는 가운데 중금속과 다이아몬드로 분리되어 거기서 강력한 X 레이를 통과하면서 다이아몬드만 골라내는데 운좋은 날이면 하루에 반캐럿부터 69캐럿까지 다양한 크기의 고급 다이아몬드가 커피 깡통으로 하나씩 나온다.
에카티의 첫해 생산량은 250만캐럿으로 값으로 따지자면 3억달러어치였으며 현재와 같은 가격과 생산량이 유지되면 에카티 소유주들은 연간 1억달러의 수익을 올린다. 에카티 외에 현재 개설 준비중인 2개의 광산이 전면 가동되면 캐나다는 전세계 다이아몬드 원석의 12.5%를 생산하는 세계 제4위의 생산국이 된다. 아울러 벌써 생산량의 65%를 벨기에 시장에서 경매처분, 드비어스의 시장 점유율을 10년전의 80%에서 65%로 떨어뜨림으로써 다이아몬드업계의 민주화 및 드비어스의 독점력 제한에 긍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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