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년 불법체류 아버지-국경 넘다 잡힌 아들
▶ 뉴욕부친 "추방 각오" 시애틀 교도소로 날아가
캐나다를 거쳐 미국으로 밀입국하다 지난 주말 체포된 한국인들 가운데는 생후 16년이 지나도록 얼굴 한번 보지 못하던 아버지를 찾아왔던 소년도 있어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이들 부자의 비극은 아버지 최용담(뉴욕·41)씨의 불법체류자 생활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선원이었던 아버지는 미국에서 새 삶을 일구겠다는 꿈을 지니고 지난 83년 도미, 온갖 고생을 하면서도 영주권을 얻어야 아들을 데려올 수 있다는 생각에 6차례나 결혼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타 인종과 결혼도 해봤으나 여의치 않았고 결혼을 하고 나니 상대도 영주권이 없는 경우도 있었다.
아버지가 한국을 떠나고 몇 달 후 태어난 아들 성인(16)군은 출생 직후 어머니로부터도 버림받은 채 전라도 진천에 있던 할머니의 품에서 컸으나 몇 년 후 할머니마저 세상을 떠나 고아 아닌 고아로 자라났다.
한국을 떠난 지 몇 달 후 아들이 태어났다는 것을 알게 된 아버지는 결혼을 통한 아들 초청 노력과는 별도로 이민 브로커를 통해 아들을 데려오기 위해 7차례나 시도했으나 번번이 돈만 날렸고 급기야 캐나다를 통한 밀입국까지 시도하게 됐다.
아버지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에 따르면 서부에서 터전을 닦지 못한 아버지는 지난 88년 뉴욕으로 가 지금은 그 곳 생선가게에서 일하고 있는데 고생 끝에 돈을 좀 모았다 싶기만 하면 아들을 데려와야 한다며 이민 브로커를 찾아가곤 했으니 이들에게 날린 돈만 해도 웬만한 스몰 비즈니스를 차려 자리잡고 살 수 있는 금액이다.
지난 주말 아들의 체포 소식을 들은 최씨는 신분노출로 인한 추방을 감수하고 ‘한 많은’ 시애틀로 날아왔다. 시애틀은 그가 아직은 이루지 못한 아메리칸 드림을 시작한 곳이면서 아들도 이 곳으로 오다가 체포됐으니 "한 많은 시애틀"이라는 그의 말이 가볍게 들리지 만은 않는다.
그러나 시애틀은 이들 부자에게 어쩌면 새로운 희망의 출발점일지 모른다. 셜런카운티 교도소에 수감중인 아들을 만나기 위해 11일 아버지와 함께 교도소로 떠난 윤영일 변호사 측이 "불법체류라도 10년 이상 체류자는 추방명령 정지를 요청할 수 있기 때문에 먼저 아버지의 추방을 막고 아들의 추방을 연기시킨 다음 올 가을 제정될 것으로 보이는 추가 사면법을 기다려 이들 부자가 미국에서 함께 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에 체포된 21명 가운데 19명은 한국에서 밀입국을 시도하던 한국인들이고 나머지 2명은 미국에 있으면서 밀입국자들의 길을 안내하는 ‘안내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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