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발업자 돈 주면 퇴거 압박, 새 세입자 받아 렌트 올려
▶ 단체 결성해 공동대응 나서…너무 오른 LA 렌트가 문제
남편과 함께 5명의 자녀들이 기거하는 월 495달러짜리 렌트비의 1베드룸은 낡고 비좁지만 엘비라 리콘씨에게는 따뜻한 정이 느껴지는 가정이자 집이다. 30년 전 조국 멕시코의 경기 침체를 피해 정착한 곳은 미국 LA, 그것도 선셋 블러바드와 다저스 구장 사이에 있는 1베드룸 아파트로 렌트 컨트롤이 적용되고 있다. 최근 이 아파트를 놓고 개발업체와 리콘 가족 사이에 퇴거 독촉과 퇴거 거부의 줄다리기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세입자를 내 보내고 아파트 수리 후 렌트비를 올려 새 새입자를 들일 계획을 갖고 있는 개발업체는 지난해 리콘 가족에게 2만2,000달러의 이주비 제의를 했다. 이를 거절하자 지난 2월에는 5만5,000달러로 이주비를 높여 또 다시 퇴거를 종용했지만 리콘씨는 제안을 거부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LA에서 1베드룸 아파트 중간 렌트비는 1,600달러. 5만달러가 넘는 이주비를 받는다고 해도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2번의 이주비 제의가 거부되자 개발업체는 리콘씨의 뒷마당에 있는 간이 창고와 바비큐 화덕을 해제하고 기르던 화분과 함께 가지고 갔다. “보건 및 안전에 위해하다”는 것이 이유다. 이 일로 리콘씨와 그 가족들은 퇴거 압박감으로 정신적 충격까지 받았다. 리콘씨는 오늘도 퇴거를 거부하는 지루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집은 누구에게는 투자를 통한 부의 축적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다른 누구에게는 가족의 안식처이자 생존의 조건이 되기도 한다. LA타임스(LAT)는 렌트비 인상을 제한하는 렌트 컨트롤이 적용되고 있는 LA 세입자들이 개발업체들의 유무형의 퇴거 압박에 직면해 있으면서 생존의 터전을 지키려는 지난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생존의 터전을 지키려는 싸움은 비단 리콘씨 가족의 문제는 아니다. 이웃에 있는 여러 가구들도 퇴거 압박을 받고 있다. 이들에게도 일정 금액의 이주비 제안이 들어 왔지만 거절했다. LA의 아파트 렌트비가 급등하면서 이주비로 버틸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개발업체들이 렌트 컨트롤이 적용되고 있는 아파트 세입자들에게 퇴거를 종용하는 데는 렌트비를 인상하려는 전략이 숨어 있다고 LAT는 전했다. 세입자를 내보내고 낡은 아파트를 리모델링한 뒤 새로운 세입자를 맞게 되면서 렌트비를 크게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개벌업체들이 수만달러의 이주비를 제안하는 것은 렌트 컨트롤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세입자들의 자발적 이주를 유도하는 당근책이다. 하지만 이 당근책이 단기책일 뿐, 이미 오를 대로 오른 LA 아파트 렌트비를 감당하는 데는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다.
LA시는 렌트 컨트롤 아파트의 세입자들이 강제로 이주비 제안을 수용하게 한다든지, 아니면 이주비 제안을 거부했다고 해서 강제 퇴거 당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또한 소유주나 개발업체들이 퇴거 종용을 위해 세입자에게 유무형으로 가하는 각종 압박 행위도 위법이다. 하지만 엄격한 법 적용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으면서 유명무실해지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리콘씨와 이웃들은 서로 연대해 개발업체의 유무형의 퇴거 압박에 대항하기로 뜻을 모으고 ‘세입자 단체를 결성해 조직적인 대응에 나섰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개발업체는 세입자들의 퇴거 조치를 추진하지 않고 있으며 적법하지 않은 행위는 더 이상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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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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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양측 모두 이해되지만..... 물가오르는 상황에서 저렴한 집에 사는 것으로 생활비를 절약하는 그 노력이 얼마나 오래 갈까나..... 이사를 고려하는 것도 생각해야 하고 동시에 시정부에서도 렌트비 조절을 위해 남아도는 오피스건물 용도변경으로 주거시설 공급 노력을 더 해야 하는거 아님??????